우렁각시 이야기

다 시점

울프조 2019. 6. 27. 11:57

벌써 6월 말이다 6월의 일기가 숙제처럼 밀려 있네 ... 


다 시점...이 말은 어느 작가의 작품 제목이다 

우리의 시선이 한곳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본것을 한 화면이나 구조물에 넣어 변형된 낯선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다 


6월초에 행복에 겨워 어쩔줄 몰라하는 이쁜 신부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미술관 도슨트 교육을 시작할때 만난 결이 고운 친구이다

도슨트는 처음 시작할때 몇 사람이 함께하다 모두 그만 두고 나와 그 친구만 남게 되었다 

내 딸 나이인 그 친구는 나를 유난히 따르며 어려울때 항상 의논해 오고 몇년간 함께 하며 

지금까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며 존경한다는 과분한 눈빛을 늘 내게 보내는 친구다

그림을 전공하며 연애도 해보지 않다가 늦게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다가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한달만에 드디어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자랑했다 

만날때 마다 세심하게 챙겨주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하여서 인지 나를 특별한 상대로 생각해 주는 

말수가 적고 진중한 성격의 그 친구는 결혼생활도 평탄할 것이며 오래 오래 행복하길 바란다




미술관에서 나는 엘레강스 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마 꾸며진 내 겉모습 때문이리라 

반듯한 미술관의 분위기와 걸맞게 말과 행동도 꾸며져 있을 터이니 ...

컨템포러리 성격을 띤 미술관에서의 도슨트 일은 일반 사람들이 생소하고 불편해 하는 작품들로 

새롭게 만들어진 용어들을 설명하고 작품을 보는 시선과 개념을 알리고 어떤 수준의 질문에도 

성의껏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대답해 주어야 하니 표정과 말투가 부드러울 수 밖에 없다 

어떤 전시는 짧은 시간안에 열명이 넘는 외국의 생소한 젊은 작가들의 긴 이름과 작품 제목을 외워야 하고 

작가의 애매모호한 철학과 독특한 작품들이 가진 생뚱한 이야기를 정돈하여 스토리 텔링하는 

고난이도의 일이지만 잠시 앵무새가 될 때 쯤이면 또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는 지루하지 않는 일이다 

하여 나는 도슨트 일을 신나게 즐겼다 




흠...미술관에서의 나는 그 결이 고운 친구와 방문객들의 시선으로 보면 아주 고상하고 괜찮은 편이다

 

이런 나와 상반되는 집에서 남편과의 관계에서 어쩌다 나는 아주 형편없는 인간이 될 때가 있다 

나의 감정을 황폐하게 만드는 남편의 말과 행동에 화를 참다가 순간 폭발하는..

거칠은 헐크와 같은 발작에 남편도 경악한다

참을수 없는 나 자신을 스스로 경멸하다 그 모멸감에 화가 에스컬레이터 되어 자해나 자폭을 하고 싶어지는

정말 형편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 순간 아끼는 내 물건을 던져 깨트리고 나면 희안하게 화가 가라앉는다 

이런 내 모습을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끔찍한 일이다 


왜 나는 미술관의 쓰레기 같은 불편하고 얄궂은 작품들은 우아하게 이해하면서 

간혹 뿔난 남편을 새로운 실험적 작품으로 이해할수 없는지 ...흠...


 - 참고(쉬운 설명) : 그림에 있어 "다 시점" 원조는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입체파 화가 피카소가 있다 

        자신의 연인들을 여러각도에서 그린 삐뚤삐뚤한 초상화가 그 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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