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진화하는 김장

울프조 2012. 12. 3. 16:36

 

이런 부실한 김장배추는 10년만에 처음이다

올해 가을가뭄도 심하고 빨리 추위가 찾아와 배추의 성장이 일찌감치 멈추어 버리고

거기다 노루 고라니가 와서 새잎을 먹어버리니 우리집 배추밭이 이모양 이꼴이 되어버렸다

 

이것은 칠월의 내 텃밭인데 밤마다 찾아온 노루 손님이  맛있는 비트잎을 이렇게 먹어버렸다

 

야금 야금 먹은 비트 밭이 드디어 이 모양이 되고  그래도 착하게 뿌리는 먹지않고 나를 위해 남겨 두었다

 

그런데 심술궂은 산돼지는 무우밭을 초토화 시키고

 

땅콩밭에 땅콩을 뿌리채 뽑아 모조리 다 먹어버려 두더지와 쥐들이 많이 삐졌을 것이다

 

다른 작물들도 온전하지가 않다

 

깨밭도 고구마밭도 묘목들도 수난을 당하여 엉망진창이 되었다

짝퉁농사꾼인지라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 자연재해를 막을 방법이 뾰족이 없다

산돼지나 노루가 와서 먹고 간것이 화가 나거나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않는 것을 보면

내가 농사꾼이 아닌것은 분명하다

 

내가 그들에게 진수성찬 밭을 만들어 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어느날 노루가 내 작업실로 뛰어들어 왔다  

마침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나를 찾아온 노루가 남편을 보는 순간 너무 놀라 

다시 되돌아 나가려는데 노루발이 타일에 미끄러워 남편의 바지밑에서 한참 동안 방향을 잡지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남편도 놀라고  내 곁의 고양이들도 놀라 멍하니 노루를 지켜보았다

 

인사하러 온 노루와 늦은 가을 김장배추까지 나누어 먹다보니 올해 처음으로 우리집 배추로는

김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덕분에 이웃의 소금에 절여주는 배추 50포기를 사다가 김장을 담았다

 

하루종일 ...배추 치대다 다리 아프고 허리아프면...누웠다 돌아다니다 이것저것 군것질도 하다가

놀며 쉬며 혼자 담그는 김장은 힘들지도 않게 끝이 났다

소금절임만 내가 하지 않아도 너무 쉽다 ...김장 담그기도 자꾸만 진화(게으럼)를 한다

하지만 양념만은 온갖 재료(멸치 가자미 다시마 육수, 밀가루풀, 멸치액젓 연한것,진한것, 뻑뻑이, 새우젓, 꿀 ,도라지엑기스,매실엑기스,청각,깨,마늘,생강,고추가루,무우채,파,갓,미나리,갈치,등..)를 대충 마구 넣어

심오한 연금술사처럼 휘이~ 휘이~ 저어 맛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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