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추억여행

울프조 2012. 7. 15. 00:06

 

40년만에 여학교시절 짝꿍이 나를 찾아왔다

친구는 그동안 공립고등학교 교편을 잡고 있다 이제 퇴직을 하여 지난시간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 

추억여행을 하게 되었단다  

친구는 유난히 우리의 학교시절 일들을 무척이나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

내 머리핀을 어떻게 꼽고 교복은 어떻게 입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시골에서 유학온 자기보다 너무나 성숙한 나를 기억한단다

중학교때 헤르만 헷세전집을 읽고 데미안을 이야기 하고 여고시절에 아이들을 둘러모아놓고

카마수트라와 킨제이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조숙한 아이라 연애도 잘해서 내가 잘살고 있을줄 알았단다

그랬다....

초등학교 일학년때 부터 주변 만화가게 단골이 되어 그곳의 성인만화까지 섭렵하고 다른 이웃의 만화가게로

옮겨가곤 하여 그무렵 내 또래의 아이들과 수준이 맞지않아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혼자 생각하곤 했었다  

겉으로 얌전하고 모범생처럼 보였지만 너무나 맹랑한 모험심 강한 끼를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도 참 많았다 재주많은 아이라 주변사람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아 성격도 무척 밝아 장난도 좋아했다

 

수업시간에 앞에서 일어나 책을 읽는 친구가 생기면 내 자리를 최소한 좁게 하고 친구의 의자를 뒤로 당겨

친구가 자리에 앉게되면 뒤로 넘어지게 만들어 교실을 웃음바다로 산만하게 만들고 나는 아닌척 놀란

얼굴로 시침이를 때곤했다

선생님이 돌아서 칠판에 글을 쓰는동안 나는 몰래 일어나 연속극 아씨에 나오는 영구(심형래의 맹구원조)

흉내를 내곤하였는데 한번은 무서운 쇠막대기 선생님께 걸려 팔에 시퍼런 완장줄이 생기기도 했다

소풍이나 여행때 오락시간이 되면 어른 남자양복을 빌려입고 요상한 춤을 추고 게그연극도 하고

 

새학년이 된지 얼마 되지않아 담임선생님이 집으로 전화하여 너무 화가난 목소리로 말을 더듬어며

 "넌 넌 비비사회적이고 비비도덕적이고 비비윤리적이고 비비협조적이고 비비모범적이고... 꽝"~

교실 환경정리를 꾸며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날이 교장선생님이 교실 순시를 하며 점수를 매기는

날인데 딱 우리반만 아무것도 되어있지않아서다 ...다른반은 몇날 몇칠 아이들이 방과후 남아 단장을

하는데...난 당일 하루만에 새벽일찍 혼자서 교과서의 국,영,수,생물 물리 욧점정리, 신문오려 시사,

달력명화그림, 시화, 우리들솜씨 공간엔 내그림 슬쩍 붙이고 공식처럼 순식간에 해치우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슬그머니 일어나 미술선생님 심부름 간다고 학교를 나와 혼자서 영화를 보거나 빵을 사먹고

들어오곤해도 아무도 의심을 하지않았다

카톨릭재단이라 수녀님들이 늘 가위를 가지고 다니며 귀밑 2cm 머리카락 한쪽만 심통맞게 자르고 다니셨는데 긴머리 나를 보면 방긋웃으며 내 이름을 불러주고 그냥 지나가신다 수녀님들은 교리에 필요한 챠트 성경그림을 늘 내게 맡겨왔으니 모종의 편애였다

어깨까지 내리는 긴머리를 자르지않으면 졸업식장에서 공로표창장을 받지못하게 하겠다는 담임선생님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졸업날까지 버티어 조회시간에 내 이름을 부르며 "늘 위태위태한 너를 무지막지하게 혼내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널 보내는 구나"...그 마지막 말씀도 생각이 난다   

 

지금은 그 선생님들의 염려와 달리 나름 사회적 동물로 책임감과 준법정신을 가지고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

그기에 맞는 자유도 조금 과하게 누리면서 말이다 (물론 힘든 댓가도 치루면서...)

어쩌다 그시절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사회 이름난 사람이 될줄 알았는데 라며 뒷말을 흐린다

아님 나를 오래 가까이서 지켜본 친구는 내삶의 파고가 심상찮아 보였는지 영화주인공처럼 살고 있다한다

 

하여간 그 다녀간 친구의 지난 추억 이야기가 나의 자존감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그 시절의 밝고 명랑함과 높은 자존감이 아직도 남아 지금은 자기자랑 잘하는 푼수로 전락하였다

또 내 자랑질을 했다...과거가 화려한 푼수 우렁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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