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봄을 앓다

울프조 2011. 4. 25. 12:35

 

 

너무나 혹한 추위가 오래라 봄이 올것 같지가 않았는데 이렇게 드디어 봄이 왔다

며칠전까지 아침에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곤했는데 이제야 따스한 훈기가 주변을 감싼다

다른곳에서 다 피고진 다음에야 피어나는 울집 김빠진 벗꽃은 이제야 만개를 하고

성질급한 색좋은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난다

 

나는 봄맞이가 힘에 부쳤는지 잠시 나이만큼이나 길게 봄을 앓고 있다

별것도 아닌 목의 염증이 몹시도 힘들게 괴롭혀 아직도 약봉지를 곁에 두고 있다

내 몸이 아프다고 결코 봄을 소흘하게 맞이하지 않으려 그 아픈 와중에도 나무와 꽃을 심고

밭에 감자와 토란을 심었다  

명자나무10그루, 라일락4그루, 왕벗3그루, 매실5그루, 자두나무5그루, 큰나무는 사람을 시켜 심었지만

다음날 허전한 자리를 보고...걷는것도 한발한발 힘겨운데 라일락을 또 사와 내가 웅덩이를 파고

끙끙대며 심었다 몸을 아끼지 않는 내 이 불도저 같은 성격을 고치지 않는 이상... 내 몸은 이렇게 혹사를

당하다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작년겨울 숨을 쉴수없을 만큼 아픈 가슴통증 때문에 심장병원에서 검사를 할때

하루 밥 굶은 것이 아까워 피를 뽑으면서 쓸데없는 종양유전자 검사까지 했다

검사결과 ...한달후 다시 한번 재검사를 하자했고 결과는...위험수위는 아니지만 정상수치를 넘었고

재검때 수치가 더 올랐다면서 종함검진을 권했다

종합검진에서 늙으면 생기는 동맥경화, 위축성위염, 기관지확장증, 갑상성소포 등 반갑지 않은 소소한

것들이 발견되어 석달간의 투약후 다시 재검사를 예약해 두었다

다행히 수일내로 죽을 일이 없어져 씩씩하게 지내고 있는데 덜컥 몸살을 앓기시작하면서

쉬 회복이 되지않고 겔겔거리며 봄을 맞이했다 청소년 무렵에 흘려본 코피까지 질질 흘리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 이렇게 화사한 아름다운 봄이...꽃들이...매일 매일 나를 마취 시켜준다 

넘 행복한 계절이다

 

(오늘 아침의 울집 풍경들 ....)

 

 

 

(추가 풍경: 며칠후 벗꽃이 지고 더 예쁘지는 꽃들 ....)

 

 

 

 

이 넓은 밭을 누가 다 지을꼬? ...당연히 ... 우렁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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