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넓은 오지랖

울프조 2011. 2. 7. 14:00

 

 

그 증세가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엄마의 깔끔증 때문에 생긴 병 이었다

초등학교 때 쉬는 시간만 되면 멀지 않는 우리집으로 달려가 소변을 보고 왔다

공동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는 결벽증 때문 이었다

 

집밖에서 심한 갈증으로 물을 마셔야 할 때 초긴장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입이 닿지 않는 그릇의 부분을 눈여겨보고 물을 마시지만 이내 돌아서서 마신 물을

토하곤 했다 그릇이 지저분하다는 생각만으로도 먹은 것을 모두 토했다 

하도 자주 토하니 늘 비쩍 말라 있었다

 

방학 때 외가에 놀러 갈 때도 나의 가방 속에는 수저만 아니고 물 컵까지도 모두 챙겨야 했고

불결한 것을 만졌다는 생각이 들거나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있으면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시절 화장실인 재래식 변소를 갈 때 마다 한 웅큼의 신문지를 안고 들어가

다른 사람의 변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신문지를 아래로 던져 하얗게 깔아둔 후 볼일을 보았다

 

초등학교 일학년 무렵 소풍을 가서 선생님이 숲속으로 가서 소변을 보고 오라고 일러주어

내 딴엔 다른 아이들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 소변을 보았는데 내 소변이 땅위를 흘러내려

아래에서 볼일을 보는 아이의 소변과 섞이는 것을 보고 나는 소리치며 달려가

쭈구리고 앉아있는 그 아이를 땅 바닥으로 밀치며 펄쩍 펄쩍 뛰면서 울부짖었다

철이 들면서 그런 내 별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혼자 식은땀을 흘리며

참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끔찍한 악몽과 같은 괴로움이다

그 증세에서 벗어나려 많은 노력을 했고 서서히 좋아져 지금은 약간의 강박증만 남아있다

 

엄마는 옷과 몸이 더러워 진다고 아이들과 놀러 다니는 것을 금했고

놀다 오면 몸을 박박 씻겨 주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집 아이들은 씻겨서 닳아 죽겠다 고들 했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집안에서 입을 옷을 친구에게 입혔고 돌아가면 그 옷을 바로 빨곤 하셨다

친척들이 자고가도 한번 잔 이부자리 호청을 그 자리에서 뜯어내어 세탁을 하곤 했다

세탁기가 있는 시절도 아니었는데...물론 일하는 언니가 늘 엄마를 도왔지만 그 부지런함과 청결은

가히 병적 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울 때 내 힘에 부친다고 엄마가 아기를 거의 키워주다 시피 도와주셨다

그런데 어린 내 아들의 행동에서...앉을 자리를 손가락으로 찍어 냄새를 맡아보고 앉거나

물컵과 수저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절대로 나와 같은 괴로움을 안겨주어서는 안되었기에...

갓난아기 때부터 대소변 훈련을 강행하여 기저귀나 옷에 오물이 묻지 않게끔 늘 청결을 요하는

엄마의 육아법이나 생활의 청결에 은연중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내가 집안일을 안 해봐서 못한다는 핑계로 대충대충 집안일을 하는 나에게 엄마는 올 때마다

집안을 뒤엎어 정리를 하거나 대 청소를 하며 일하는 사람을 따로 두라고 잔소리 하셨다

선천적으로 움직임이 많고 몸이 빠른 내 소관으로 별로 내 집이 다른 집보다 험한 것도 아니고

눈을 찌푸릴 정도로 정리가 안 된 것도 아닌데 ...

오히려 다른 집에 가서 삐뚤어진 액자나 가구를 볼 수없는 강박증 때문에 아무도 몰래

남의집 가구를 밀거나 액자를 살짝 건드려 바로 해두곤 하는 나인데 말이다

 

이제 엄마도 늙어 일이 힘에 부치니 잔소리도 줄고 둔해지셨기에 그 강박증에서 벗어났고

엄마를 닮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나름 편안한 일상을 즐기고 있는데... 또 복병이 생겼다

내 젊은 엄마를 닮은 ...말 많은 깔끔증 새 가족이 나에게 자신의 넓은 오지랖을 펼친다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아아~~ 싫다 ~~~ 내 일을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는 그 넓은 오지랖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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