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나무꾼이 된 우렁각시

울프조 2011. 1. 20. 11:50

 

이렇게 온 눈들은 찬 기온 때문에 한달이 되어도 녹지않는다

 

밤이면 영화 15도를 넘어서는 추위가 계속되어 작은 강쥐들에게 옷을 겹으로 입혔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밤마다 내 작업실 난로에 불을 지핀다

작년에 남아있던 소나무 장작도 소진되어 할 수 없이 나무를 하러 다닌다

 

주변에 썩어 넘어진 나무며 앞마당 개울가에 부서진 나뭇가지들을 모아다 부서뜨려

불쏘시개를 만든다 도끼질은 아직 힘들지만 톱질은 제법 익숙해 졌다

차가운 날인데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무꾼 흉내를 내다보면 몸도 가벼워지고

개울가도 정리가 되고 땔감도 생기고 일석 삼조다 

매일 일용할 양식을 구한듯 뿌듯한 마음이다

 

나무를 옮길 때는 힘에 부쳐도 혼자서 최선을 다하지만 간혹 남편의 도움을 청하면

동물 과잉보호 땜시 험하고 위험한 일을 한다고 인상을 구긴다

그래도 남편은 맘이 약해 도끼질로 힘자랑을 하며 나무를 사오라고 나름 나를 위한다

땔감나무를 사는 것은 더 이상 주변에서 땔감을 구할수 없을 때다

뒤 뜰 밤송이도 주워 때기도 하고 ... 아직 내 몸을 움직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

 

어릴때 엄마가 내 사주를 보니 "거지가 데려가도 넌 부자로 산단다” 라는 말을 자주 해 주셨다

그 말이 맞는 듯도하다...이렇게 끊임없이 허접한 일들을 만들어서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어떻게 밥을 굶고 살수 있겠는가 말이다

 

개울가의 폐목들을 낑낑대고 옮겨온다

작업실 안에 모아둔 하루의 일용한 양식들을 보면 내 마음은 부자가 된다  

과잉보호로 따뜻한 행복에 겨운 울집 아가들 ....저 안쪽엔 복순이도 숨어서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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