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착하게 살자

울프조 2009. 10. 7. 22:51

 

저녁무렵 마당에서 나비와 백운이의 다툼이 있는듯하여 나와 보니

꽃밭속에서 나비가 백운이를 견제하며 죽어있는 시커먼 닭을 혼자 지키고 있었다

너무 놀라 소리치며 늠들에게 “그런 생것은 먹으면 안된다” 고 강쥐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는데

마침 저 아래 길에서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니? 그럼 이 닭을? 울 집 강쥐들이 잡아온 것인가? 속으로 난감해 하며...

순간... 오리발을 내밀어? 아님 어떤 변명이 가장 궁색하지 않을까 ...낑낑거리다가

“울 집에 있는 이 검은 닭 때문에 왔냐?”... 며 푼수에 가까운 내 특유의 솔직함으로

순순히 자백을 하니  닭쥔은 “ 닭이 아침부터 울타리를 벗어나 혹시 이 집에서 보았는지

물어보러 왔는데....일찍 찾지를 않아서 이런일이 생겼다” 며 별 소란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 큰 접시와 작은접시를 안겨주고 보내고나니 슬그머니 울집 강쥐들이

억울해 보인다 분명 자기 덩치랑 비슷한 닭을 물어죽이지는 못할진대 죽은 닭을

물고 왔다가 죄를 뒤집어 쓴게야... 하긴... 죽은 것을 물고 온것도 도둑이지 뭐~~~~

 

살아오면서 죄의식을 느낄만큼 남의 물건에 손을 댄적이 있는가 기억해 본다

만화책을 좋아해 초등학교 일학년때부터 매일매일 만화방을 출입하다 ... 얼마 안가 그 곳의

만화책을 모조리 봐 버린적이 있었다 그 무렵 건너방 할머니 장독대에 있는 동전 오원을

가지고 하루종일 만화방에 있다가 엄마에게 들켜 심하게 혼난 적이 있다

도둑질이라는 사건이 주변에 생기면 그때 별 죄의식없이 집어든 동전 오원이

늘 생각나곤 한다

 

훗날... 도둑질을 했다며 도둑으로 몰리는 이를 보면 불쌍해 보이고

분실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경제적 능력이 좀 생길때 부터는

그런 일들이 생기면 아무도 몰래 도움을 주곤 했다  가끔은 내 능력 이상인 일에도

체할수 없는 의협심으로 무리하게 도움을 줄때도 있었다

 

어쩜 나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의식하지 못한 도둑질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죄책감이 불편해 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진 않았는지 ...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이기적인 내 뇌는 도둑질에 관한 불쾌한 기억보다는 착한기억만 만들어 낸다

 

강쥐아가들아~~

남의 것을 구질구질하게 탐내지 말고 우리 깔끔하고 착하게 살자꾸나~~~

 

 

 

  

 

친절한 설명: 검은 닭의 죽음에 울집 냥이들을 절대 의심하지 마셔요  그 집에도 우리냥이들보다 더

힘세고 말썽꾸러기 숫냥이들이 세마리나 살고 있거든요 우리집에도 자주 나타나 복돌이를 약올립니다  

 

친절한 설명:호박이 이제야 올망졸망 매달리고 있어 아침에 산책을 하며 따놓은 호박과 가지로

호박말림과 가지말림을 하는 중입니다  ...나른한 일상의 풍경이지요   

 

친절한 설명: 가마에서 구워져 나온 백자에 청화입니다... 첫 시도지만 마음에 들더군요

 

'우렁각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여행   (0) 2009.10.26
여유  (0) 2009.10.12
오랫만에...  (0) 2009.08.26
짧은 일기   (0) 2009.06.30
  (0) 2009.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