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갑작스럽게
아주 충동적으로
아주 무계획적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이웃간의 세 여인이 무작정 떠나기로 하였다
아주 친하지 않아도 각자의 개성을 소화할 수 있는 나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뭉쳤다
신변에 변화가 생긴 한 사람을 위한 위로여행이라는 구실이 있었지만
그것도 망각하고 마냥 모두에게 즐거운 여행이 되고 말았다
동해를 끼고 옥빛 바다를 보며 밥을 해먹고
정동진 바닷가 찻집에서 곱게 나이든 찻집 여주인의 분위기에 반하여 밤늦도록 수다를 내려놓기도 했다
창문으로 해가 뜨는것이 보이는 곳에서 일박을 하고 강릉으로 가 오죽헌에 들러
나도 신사임당이 될수 있는 기질이 있다는 과대망상을 잠시 즐기며
바쁜 해설자를 대등하고 오죽헌의 역사를 공부하였다
또 정선을 향해가다 아오라지에서 재수 좋게 신나는 레일바이크를 타기도 하였다
무작정 아름다운 정선주변을 돌아다니다 이름이 예쁜 “들꽃처럼” 펜션을 우연히 만났다
너무나 오지라 갑자기 길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끝도 없는 산속오솔길을 따라 간 그곳에서
귀한차를 권하며 기타반주에 노래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부부에게 반하여 또 하루를 보냈다
주인의 배려로 다른 방의 손님들과 합세하여 저녁을 함께하고 늦은 밤까지 둘러앉아 우리 일행이 가져간
시집으로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 기타반주에 시낭송을 한사람씩 하면서
살아가는 서로의 마음을 내려놓기도 하고 즐거운 노래도 함께하면서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놀랍게도 멋진 집을 손수 지었고 음악당도 만들어 불우청소년돕기 음악회도 연다는
노래하는 환한 주인부부를 보면서 감동하고 세상이 모두 아름다워 보였다
다시 아침 일찍 정선의 동강을 만나러 떠났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나며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가졌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정선에서 조양강을 따라가다 보면 동강을 만나는데 그 비경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잠시 맑은 동강을 바라보고 쉬다가 사람이 귀한 어느 마을의 낯선아저씨 집으로 초대되어
차를 얻어마시고 오가피를 한자루 얻기도 하였다
차량 한 대만 갈수있는 산속 무서운 고갯길을 용감하게 가다보니 무릉도원 같은 바세마을이 나타나고
잠수교를 건너니 영화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인 연포마을을 만나기도 하였다
운전기사인 나의 호기심으로 더 오지인 작고 험한길을 따라 거북마을을 무작정가려니
일행이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염려에 앞으로만 가고싶어 하는 내 의지를 꺽어야 만 하였다
산속 오지마을의 가을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설레이게 하였다
내가 만약 갑자기 사라지면 이곳 어느 마을로 날 찾아오라고 호기를 부렸다
산속마을에 살면서도 산속을 헤매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것 보면 난 필시 촌여자다
돌아오며 풍기에서 인삼과 인조견 팬티와 내가 좋아하는 사과와 산머루포도를 사는 쇼핑으로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가을 바람이 되어 강원도의 맑은 물에 마음을 행구고 온듯 밝고 맑은 기운이다
아름다운 여행에 동행한 사랑스러운 멋진 여인들과
여행중에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에 감사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