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블로그에서
지난 어린날의 풋풋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얼굴을 만났다
그 블로그는 가끔씩 내가 일방적으로 즐겨가는 곳이다
블로그 쥔님은 여러나라로 여행을 하며 문학적 소양도
남달라
깊이있는 이야기와 교제의 폭이 넓어 가는곳마다 많은 지인들을 만나
함께한 일상의 솔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놓는 곳이라 즐겨 훔쳐본다
그곳에서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만난이와
찍은 사진속에
눈에 익은 얼굴을 보았다
요즘 드라마속에서 방영되는 첫사랑이라 함은
늘 십대의 풋풋한 청소년기 시절이 먼저 보여진다
나도 그 시절 첫사랑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렇게 애틋한 상대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한 첫사랑은 아닌것 같은데
어느 소년의 애띤 얼굴 하나가 떠오르곤 한다
그 시절 나는 그림을 그린답시고 그림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될것인냥
학교가 파하기 무섭게 화구를
둘러메고 숲으로 그림을 그리러 다니곤 했다
그곳에는 학교에 관계없이 그림그리는 아이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며 친하게 지냈다
남녀
중고등학생들의 연애소문도 생겨났지만
나에겐 별로 흥미거리가 되지 않았다
가족의 특성상 아버지와의 밀접한 관계와
위아래 남형제속에 묻혀서인지
남자에 대한 호기심이 일지않았고
남학생들의 유치한 행동들은 내 관심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무렵 남학교 학생중 나를 무척이나 따르는 한해 후배아이가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가자 나에게
연애편지를 보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소문이 나면 창피할까봐 전전긍긍하다
어느날 구석진곳으로 불러다가
콧방귀를 뀌며 아주 큰누나 행세를 했다
너 지금 나이가 몇이냐... 머리에
소똥이나 벗었냐...
그딴 생각말고 공부나 해서 좋은 대학갈 생각이나 해라...고 야단을 치니
"누나를 좋아하는것은 내맘이니 이래라 저래라 말라"며
되려 화를 내고 큰소리를 치는것이었다
해가 뉘엿 뉘엿 넘어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질때까지
둘이서 목소리를 높혀 크게 싸움을 했었다
그 후로도 달라지지 않아 아주 귀찮아하며
따돌리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꽤 재능있는 아이였는데 다른곳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대학도 내가 다니는 대학을 따라 들어왔었다
아주 짧은 기간동안 고향에서 함께 그림도 그리고
자주 만나 영화도 보고 강둑을 걸으며 데이트도 했다
당시 인기절정의 이소룡의 무술 흉내를 멋드러지게 소화해내는
그 철없는 아이를 보며 깔깔대고 재미있어
했는데...
결국 과격한 운동에 허리 디스크로 학교를 휴학하게 되었다
그후로 내가 없는 우리집을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녀가기도
했다지만
나는 그를 애띤 스무살모습 이후에는 보지 못했다
특이한 그의 기행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른
나라로 갔다는 이러 저러한 소식을 귀동냥만 하다가
우연히 서울의 어느 큰 겔러리에서 그의 귀국 개인전을 보게 되었다
이십여년 만의
해후였는데 ...
드라마 첫사랑의 주인공 같았던
해맑고 신선한 그 미소년의 모습은 오간데없고
얼굴 가득한 주름과 숱이없는 머리...
자칫 스치면 알아볼수 없을만큼 변한 모습에
반가움보다 충격을 금할수 없었다
준비 되지않은 만남앞에서
서로 허둥대다
어설픈 안부를 남긴채 헤어졌다
그는 미국의 큰도시 겔러리에 초대작가로 선정이 되어
그
지역의 성공한 작가고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는
약력을 신문에서 보게되었다
또다시 긴시간이 흐른후에 바로 그 얼굴을 블로그 속에서 접하다니
....
삼십여년전 내손에 쥐어준 김소월의 시집속에
그 아이의 삐뚤 삐뚤한 글귀가 이렇게 쓰여있었는데...
코스모스 누나에게-
오늘도 누나의 집 담벼락에 기대어
누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집으로 향합니다
그를 추억해보는 코스모스 누나도
이제는 세월의 때를 얼굴에 덕지 덕지 바르고 ...想念에 빠져본다
젊음은 짧고 세월은
길구나...세상은 넓고 블로그는 좁구나....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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