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변일로 마음도 우울하고
몸도 감기몸살로 쳐져 있는데다
창밖의 풍경도 을씨년스러워...기분이 자꾸만 아래로 쳐진다
그래서 이나님의 블로그에서 안경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나
기분 전환겸 나의 시력에 관한 이야기를 기억해 볼까한다
학창시절 친구들이
시력 검사표를 다 외우는줄로 알았다
친구들이 먼곳의 광고글을 이야기 하거나 읽으면
속으로 "시도 못 외우는 주제에 쓸데 없는것들을 외우고
다닌다"고 딱히 여겼다
키도 중간보다 나은 키이고
공부를 재미있어 하지도 않으면서 항상 앞자리에 가 앉기를 즐겼다
뒷자리에만 앉게되면 이상하게 앞아이들에게 장난을 걸거나
딴책을 꺼내보거나 딴짓을 하다 야단맞기 일수였다
선생님의 글을 따라 필기를 할때도 계속 몸을 들썩거리고 움직여
수업의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들었다
장난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 근본 원인은 내 눈의 시력 탓이란것을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이십대 때 이야기다
그 무렵 필요할때만 안경을 꺼내 썼다
덜 생긴 미모에 그나마 좀 생긴 두눈이 가려지면 누가
될까봐...
길을 가고 있는데
자전거를 탄 이가 나를 보는듯해 아는 이 인가하고
고개를 돌려 눈을 아구장~ 뜨고 유심히 보니
그이가 자전거를 세우고 나를 보는것이다
아는 이가 말을 걸려나 보다고
내 특유의 입큰 환한 웃음으로 다가가니
...나를 아셔요?... 그쪽이 먼저 묻는다
그렇게 쳐다보다 웃지 않고 가면
여기 저기서 질타의 목소리가 들린다
건방지게 보고도 모른척 한단다
이후로 생긴 현명한 대처법...
길 가면서 절대로 사람얼굴 안보기다
지금도 사람이 많은곳에 가면 옆사람 얼굴도 보지않는다
볼려면 계속 하회탈처럼 미소를 달고 모든 사람들을 바라본다
한번은 도시의 번화가를 씩씩하게 걷고 있었다
복작거려야할 길이 이상하게 한산하다 ...나혼자 걷고 있다
가까운 골목 안쪽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나를 놀란 표정으로 힐끔거린다
나는 아주 발랄하고 경쾌한 걸음을
뽐내듯이 앞으로 전진중
반대편에 또 한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커억!!!...순간 시간이 멈추는듯 했다
한 사나이가 팬티만을 입고
손에 칼을 앞으로 찌를듯이 들고 다가오고 있는것이다
뒤를 돌아 뛰기에는 이미 늦었다
두발이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지 뒤로 나아가는지 의식이 가물거렸다
금방이라도 광란의
칼이 나를 향해 올것만 같았던 공포의 시간...하나님이 보호하사
몇시간후 주변의 파출소에 반라의 남자가 의자에 꽁꽁 묶여 있는것을 보았다
그때 골목에 숨어있던 사람들의 또하나 볼거리는
눈이 나빠 뵈는게 없는 간큰 젊은 여자였을 것이다
또 슬픈일은 안경낀날
한손에 짐이라도 들고 비오는날 복잡한 버스를 탈때이다
안경에 서린 김을 닦을 손이없다 ...
앞이 보이지 않는다... 눈이 4개인 장애인이 된다
혹 ..비오는날 버스안에서 안경쓴 이를 절대로 쳐다보지 않길 바란다...
특히 젊은여자를 ...
요즘은 안경알의 재질이 좋아져 많이 양호하겠지...
콘택트 렌즈가 보편화 되자 편리함에 즐겨 애용을 하였다
렌즈를 끼우다 자칫 부주의해 흘러내리면
어두운 눈으로 작고 투명한 콘택트 렌즈를 혼자 찾기란 너무나
힘들다
가족들을 동원하다 보면 수시간후
누군가의 발바닦에 내 귀한 눈이 찣겨져 말라 붙어있다
나는 내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내 눈이라 부른다
아이들을 동반하고 이웃과 함께 승용차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웃의 별난놈이 작은막대를 가지고 놀다 내 눈을
스치는 바람에
눈을 싸안고 "내 눈 빠졌다"고 소리치며 렌즈를 찾기위해 엎드려 차안을 뒤지니
차안의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참말로 눈알이 빠진줄 알고 ...
급한 외출로 뛰어나가며 눈을 찿는다
혼자서 허둥지둥 찿지못해 온 가족들에게 비상령을 내린다
가족의 비상동원 속에서도 보이지 않던 안경이
거울속에 보인다
얼굴에 걸치고 안경을 찿는것이다
안경을 낀채 세수하기 수차례... 어김없이 안경도 망가지고 얼굴에 피도 본다
신경이 예민하다는 핑계로 집안에서 안경을 잘 벗는다
하여...아무대나 구르다 나의 발에 망가진
수십개의 불쌍한 내눈들...
사람들을 안경없는 흐린눈으로 보면 모두가 다 잘생겨보이고 멋있다
찻집에서 사람을 기다릴때 그렇게 안경을 벗고
즐긴다
집안에서 안경을 끼고 있으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끊임없이 털고 닦아야 하는데
안경을 벗으면 먼지도 티끌도 보이지 않아
몸도 마음도 참 편하다
너무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
너무 많은 것들이 보여 세상살이가 복잡할것이다
그러니 안보이는것을 억지로 보려 애쓰지 말고
조금 모자란듯이 세상을 보며
마음 편안하게 살고싶다
그러나
님의 팔배개하고 누워 창밖의 밤하늘을 보며...
"이별은 내별...저별은 니별"...옆의 님은 분위기에 잠겨있는데
"별? 어디? 어디?"...두손 허우적대며
"내 눈 어디있어?" ...
그럴때는 정말이지 ...별이 보이는 밝은눈이 참 부럽다
'우렁각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은 넓고 블로그는 좁다/ 글 (0) | 2005.12.19 |
---|---|
친구/ 글 (0) | 2005.12.11 |
세상의 재미.../ 글 (0) | 2005.11.15 |
까미의 깜짝 실종/ 글 (0) | 2005.10.11 |
내 아이는 특별하다/ 글 (0) | 2005.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