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둘째 주에도 철없는 눈이 내려 무방비 상태의 파란 새순들이 멍이 들었다
그래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꽃을 피우고 나무들은 연초록의 옷을 입는다
이맘때가 되면 길가 연분홍 벗 꽃과 연초록의 숲을 보면 가슴이 한없이 여려지고 순해 진다
봄바람 나기 딱 좋은 때이다
한가한 겨울동안 열심히 운동연습을 하러 다니는데 그곳은 남자들이 많은 곳이라
낡은여자(나)도 뭇시선을 받아 귀한대접을 받는다
알려주지도 않은 전화번호를 두 남정네가 용케도 알아내어 차례로 전화를 해 댄다
한사람은 이웃동네 산다는 빌미로 연습장 사무실 직원에게 물어서 알아내고
한사람은 내 차 유리에 붙어있는 색바랜 깨알 같은 전화번호를 읽어내었다고 한다
둘 다 연하인데 밥과 차를 함께하며 친하게 지내자는 의도다
나는 보이는 것보다 나이도 많고 시도 때도 없이 노가다 일을 해야 하는 바쁜 사람이라
놀 시간이 없다고 하니...친해지면 힘든 일은 힘센 자기가 도와 줄 것이고
첫사랑을 닮아서 좋고 연상이라 더 좋다며 귀엽게 디밀어 온다
내가 사람들을 아무런 편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대하니 소심한 사람도 편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그 이상의 진도는 더디다
늘 혼자서 잘 놀아 다른 사람들과 아주 친해지질 않는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오는 나무가 없다는 듯 매번 거절을 당하면서도 철없이 전화를 해온다
내가 그들보다 너무 철이 많이 들어 꺽이지를 않는다
신성일처럼 잘생긴 외모며 적당한 여유와 수줍은듯 반듯한 이들이라 친구를 해도 좋을 만하지만
놀아줄 시간이 없다 ...아니다 솔직히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나처럼 낡은 사람이 좋다...나보다 더 낡은 사람이면 더 좋다
좋을 때는 혼자서 잘 놀지만 ...가끔 분노하고 아프고 슬플때 나를 위로하고 달래줄
아버지의 가슴을 지닌 사람과 친구하고 싶다... 난 너무 이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