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재수좋은 차

울프조 2010. 1. 18. 18:10

 

  

또 차 사고를 냈다 그래도 재수가 참 좋다

다른 차와의 접촉사고도 아니고 나 혼자 꼴박아 차만 상하고 나는 멀쩡하다

 

 

산길 내리막 커브를 돌면서 속력이 있는듯하여 브레이크를 밟은것이 화근인지

염화칼슘과 모래가 있는 미끄러운 길인지라 차가 순식간에 미끌어지며

속수무책 길가 시멘트 수로 속에 두 바퀴가 빠지며 박혀버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충격이라 한동안 정신도 없고 힘이 없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핸드폰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구석에 박힌 핸드백 속에서

핸폰만 꺼내들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니 문이 하늘을 보고 있어 내 힘으로는

도저히 열수가 없다

 

 

구부러진 안경을 바로하고 차창 밖을 보니 간간히 차들이 지나가지만

내가 좋아서 그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무도 꺼내주질 않고 그냥 지나간다

한참을 지나 호기심 많은 남자가 차를 세우더니 차속에 괜찮은 여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달려오니

덩달아 다른 차들에서도 힘센 남자들이 따라와 차문을 열어주며 무엇을 도와 줄 것인지 물어온다

 

나와서 보니 차가 꼴박혀 있는 꼴이 꼭 내가 그 꼴인 것 같아 창피하여

모든 조치를 해두었다고 둘러대며 사람들을 빨리 보내버렸다

 

 

그리고 곧 바로 후회했다 ...차 밖으로 나온것을 ...

산의 골바람은 심하게 불어 춥고 손은 시리고 흉물스런 차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핸폰만 만지작 거리는 내 꼴이 더 말이 아니어 심하게 기울어 다소 불편은 하지만

따뜻한 차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문을 여니 내 힘으로는 열어지지가 않는다

 

 

핸폰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니 할 곳이 없다

옆지기는 틀림없이 나의 실수를 조목조목 따지며 살아있는 나에게 불같이 화만 낼 것이고

이럴때 나의 엄살을 보담아주며 번개같이 달려와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 줄 수 있는

다감한 남자친구 하나 만들어 두어야 하는데 ...빙신....못난것은 이럴때 표가 난다니깐 ....

 

 

그런 능력이 없으면 스스로 모든 것을 차근차근 처리하자며 우선 주변 아는 이에게 견인차를

불러달라는 전화부탁을 했다

견인차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사고지역이 어디쯤인지 알았다면서 사고다발 지역임을 말해준다

오가며 이곳에 차들이 박혀있는 꼴을 보면서 운전자의 부주의를 탓했는데 내가 당하다니

좀 망신스럽다

 

 

차의 오른쪽이 완전 망가져 바퀴까지 제구실을 못하여 견인차에 실려 정비공장으로 가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런 사고가 나면 달려와 주는 sos아저씨를 사귀었는데 다른곳으로 가버려 아쉬운 참에

야무지게 일처리 잘하는 견인차아저씨를 꼬시어보자는 마음에 황당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보이는 나에게 ...참 성격이 밝고 동안이십니다..라는 반응이 온다

명함을 건내주며 어려운 일 생기면 어디든 꼭 달려와 주겠다고 약속한다

정비공장으로 가는 중... 전화를 받더니 내가 사고 난 지역 부근에서 금방 또 전복사고가

났다며 산골짝에 사니 늘 미끄러운 길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준다

 

 

정비공장 사장님은 내가 자기네의 단골임을 알고 반긴다

차의 특성상 자차보험을 들지 않아 엄청난 생돈이 들어가게 생긴 별로 유쾌하지 않은

내역들을 대범한 마음으로 결정하고 나오니 수리기간 동안 불편하지 않게 새 차인

자그마한 모닝차를 무상으로 타라며 키를 주어 ....모든 것이 다 해결되었다

 

 

그래도 내 차는 참 착하다

늘 자기만 다치고 나를 보호해주는 억수로 재수 좋은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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