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호박이 넝쿨째../글

울프조 2005. 9. 12. 01:44





호박이 넝쿨째 넘어온다 는 말이 있다
오늘은 호박이 넝쿨째 넘어갔다 는 말로
울프의 일상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올 봄 친정 엄마가 보내 주신 호박씨를
여기 저기 심고도 남아서
아무 곳에나 마구 심게 되었다
 
옆지기는 옆지기 대로
나는 나 대로 여기 저기 심다 보니
뒷밭도 꽃밭도 온통 호박 넝쿨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은 지역상 앞뒤 사방 산이라
일조량이 모자라 채소가 잘 자라지 않는데
잎 큰 호박넝쿨에 가려져 모든것이 부실해 졌다

 

옆지기는 내가 심지 말았으면 하는곳에 심고
나는 옆지기가 심지 말라고 하는 곳에 심어서

서로 불만을 터뜨린다


옆지기는 꽃밭과 채소 가까이에 심어서

꽃밭과 채소밭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고
나는 집의 외곽지로 심다보니 남의 터로 다 기어가 버린다

 

남은 호박씨로
개울쪽 둔덕에 심어놓은 호박넝쿨은 
오미 가미 누구나 보이는대로 따가면 되는것이고

 

별장으로 지어놓은 옆집의 뒷 터가 여유가 많아
남은 호박씨를 그들이 먹을수 있도록 심으려 하니
대쪽 같은 옆지기는 남이 그것을 좋아 할지 안 할지 모르니
쓸데 없이 남의 터에 손대지 말란다


하여 부근에다 심어 놓고 보니
그 집의 뒷마당으로 호박이 넝쿨채 넘어가는 것이다

 

여기 저기 보기 좋게 작은 호박들이 올망 졸망 열려 군침을 돌게 했다
집밖의 것들은 내가 몇개 슬쩍 따먹고 나머지는 인심을 써도 되겠군....흠흠 ...
딴에 기발한 생각으로 즐거워하며

 

며칠전 태풍으로 집벽에 이상이 생겨 다녀간 옆집 사람들에게
우리 호박넝쿨이 그 쪽으로 넘어 갔으니 조금 더 크면 모두 따 드시라
인심쓰는 인사까지 해두었다

 

그런데 오늘
잔디에 풀을 뽑다가 옆 집으로 간 호박이

얼마나 잘 자랐나 하고
그 집 쪽으로 시찰을 하다가

~~~뜨악~~~

 

그 쪽의 호박 넝쿨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모조리 걷혀져
우리집 쪽으로 모두 넘어와 있다


제법 자란 호박들이 여기 저기 병들어 떨어져 있고
튼튼하던 호박줄기와 잎이 모두 시들어 있다
바라보고 있자니 ... 맘이 상한다
 
바로 이것이 옆지기의 옆집을 향한 배려이다
아 ...이렇게 사람들은 생각의 차이가 나는것이다

 

늘 긍정적으로 대충 대충 좋은 쪽으로만 보고 
내가 상대를 이해하듯이 상대도 나를 이해 할것이다
라는 나의 신중하지 못한 성격의 생각과

 

늘 부정적인 요인을 더 많이 염려하고
확실하고 정확함을 가리려는 옆지기의 조심성 많은 성격이 
가끔 이런 작은 일들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나는 옆지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또 이해한다
그것이 내가 보기에 단점이 될수도 있지만
더 큰 장점이 될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여간
모든 사물을 먼저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보다
손해 보고 뒤에서 욕먹어도
긍정적이고 케세라 세라의 어리버리한 내가
세상을 더 마음 편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것만은 사실이다


난 늘 행복할때가 많으니까...
옆지기에게 듣는 잔소리만 빼면 말이다

 

쩝~~~할수 없지 뭐...
옆 집엔 다른 호박을 대신하여 가져다 주고

말주변 없는 내가

또 무슨 말로 내 앞가림을 해야할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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