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곳 중의 하나가 집안의 화장실이다
그곳에는 아무의 간섭도 참견도 없는 짧지만 가장 편안한 나만의 자유시간이다
나 자신만을 바라보고 공상을 가장 골똘이 할수있는 행복한 공간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그렇다
하여 화장실 갈때는 "나 지금 신문 보러가" 라며 신문지를 한웅큼 안고가서
하염없이 앉아 볼일이 끝난후에도 이생각 저생각에 잠긴다
신문을 읽거나 책을 읽어도 집중도 잘된다
그 냄새도 참 좋다
집안에 아무도 없으면 화장실 문을 활짝열고 변(便)일을 보고 앉아서 가끔은
맛있는 과자나 좋아하는 사과를 먹기도 한다
들어갈때 아예 들고 가서 먹는다 그러면 배설의 기쁨뒤에 오는 행복이 배가 된다
바쁜시절엔 햄버그 먹으면서 볼일을 본적도 많았으니까
어릴적 혼자서 화장실을 갈때부터 아마 까막눈일때도 항상 신문지를 안고 갔다
그때 그시절 화장실 모양새를 설명하지않아도 다 알것이다
발아래 시커먼 구덩이 속으로 한웅큼의 신문지를 아래로 아래로 던져넣었다
변바닦이 신문지로 하얗게 깔려지면 볼일을 본다
내려다 보면 내것만 보인다 기분이 너무 좋다
그리곤 턱을 고으고 온갖 상상을 한다
중고등학교시절 공부잔소리에 지칠때면 그곳이 가장 행복한 피난처이다
나올때 침묻은 다리에 별이 반짝여 절뚝였지만 말이다
그때 가장 많이한 상상과 기도주문(呪文)이 있었다
눈을감고
"자 지금부터 하나 두울 세엣 하고 눈뜨면 나는 나이 서른 다섯살이 되어
(아마 그나이가되면 공부도 다끝난 나이라고 생각하였나보다)
딸하나 데리고 빠리 몽마르뜨 언덕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간절한 기도후에 눈을 뜨면 순간이동 기도주문이 잘못되어 그냥 그자리에 변누는 자세로 턱고고 앉아있었다
그 기도는 몽상가 아버지의 바램이기도 하였는데 일찍 이별을 고하는 바람에 그끈질긴
기도주문은 불발로 끝나버렸다
후에 그 나이 무렵(서른중반의 나이) 유럽여행중 몽마르뜨를 가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새 인생을 다시 만들고자 일행을 이탈하여 불법체류자로 남아버릴까 하는
엉뚱한 망상의 유혹이 있었고
돌아온후 한동안 가당치도 않는 빠리 향수에 시달렸다
그후 십여년이 지난후 딸아이를 데리고 다시 그자리를 여행하게 되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것은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고약한 화장실만 보였다
갈만한 화장실찾아 끝도없이 순례하고 줄을 서서 우리 고향의 화장실을 그리워 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왜 화장실 얘기만 끝도 없이 하고 있을까....
분명 처음 시작은 이 얘기가 아니었는데 어제의 행적과 남의일 간섭에 관한것이었는데
말재간이 열등하니 이야기가 다른 모양이 되어버렸네
으이그~~~ 제목도 다시 바꾸어야겠다 화장실로 ....
.
그럼 할수없다 계속 화장실얘기나 하자
나는 참 이상하게 꿈속에서도 화장실꿈을 많이꾼다 정말 괴롭다
깨끗한 곳을 찿고싶은데 항상 그것이 발에 옷에 몸에 아무리 피하려 해도
나를 괴롭히니 말이다
어떨때는 매일이다시피 변꿈을 꾼다 왜 꾸는지 나도 모르겠다
참 요즘은 집밖의 화장실들도 기분을 좋게한다
앉아있으면 눈앞에 바른생활 문구와 참생활 기도문과 어떤 주문(注文 )문구가
변본 나를 아름답고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니까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뭐 이런 문구들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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