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보기

작업실 탐방 ...홍천

울프조 2008. 6. 5. 10:30

 

---  어찌하면 좋을까요

어릴 때부터 꿈은 훌륭한 화가였습니다

줄곧 꿈을 키우고 열심히 노력하여 오늘에 이르렀지만

훌륭하기는 커녕 정말 내가 화가인줄도 잘 모르겠습니다

 

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교수님은 유명 대학을 나와 유학까지 다녀오신 분입니다

"훌륭한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학교를 나와야하지

어차피 우리사회는 학연 지연 같은 인맥이 통하거든 ..."

별로 유명하지 못한 학교를 겨우 졸업한 나에게는 참 난감한 말이었습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이 친구는 공모전에서 상을 타 의기양양했습니다

"상을 타야지 비로소 인정받는 것 같아 ...

너도 선생님들이나 영향력있다는 사람들 좀 찾아다녀봐 ...

명절때 선물같은걸 들고 찾아가 보지 그랬어 ..."

한편으로는 빈정이 상했지만 상을 받은 친구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작품께나 팔린다는 화단의 선배를 찾아갔습니다

근래 작품이 좀 팔려 살림이 퍽이나 나아진 기색이 역력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좋은 화랑을 만나야 되지

그래야 근사하게 포장이 되어 작가 대접을 받게 되는거야 ..."

대관 전시장 큐레이터 한명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찾아가 물 한잔 얻어 마실수 있는 화랑도 없습니다

 

나름 처세를 잘한다는 분을 찾아갔습니다

세련된 옷차림에 제스쳐가 요란합니다

"매스컴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되요

신문 방송에 자주 나오도록 노력해 보셔요 ...

아님 미술잡지에라도 작품이 자주 실려야 되요 ..."

신문사 방송국이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 나에게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

 

분명 훌륭한 화가 되는 길을 물었는데 누구도 그림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림과 관계없는 것들만 잔뜩 이야기 합니다

그들이 말한것들 중에는 내가 할수 있는것은 별로 엾습니다

차라리 추운 작업실에서 배를 주리며 그림 그리는 일이 오히려 더 수월할 듯 합니다

 

밤하늘의 별이 하얗게 찹니다

머지않아 봄이 온다지만 바람은 오히려 겨울보다 더 시립니다

알싸한 소주나 한잔하고 가서 작업이나 해야겠습니다  ---


미술월간지에 실린 어느 젊은 화가의 글인데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지요

우리 모두가 격는... 성공하지 못한이들이 느끼는 세상과의 불협화음입니다  
모든것이 쉽게 이루어지면 그 성공은 모래위의 집과 같을것입니다  


며칠전 오랜시간 힘들게 자신의 길을 열심히 걸어온 목수 이정섭 작가의 작업실을 다녀왔습니다
강원도 홍천 내촌리에 있는 그의 내촌목공소와 쌈지길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는

이진경작가의 작업실도 함께 보았습니다

   

 

자신이 직접지은 집과 작업실입니다

 

산속에서 살고 있는 젊은 작가의 모습입니다

 

 작업실에 걸린 이 그림은 서울대 회화과를 나온 그의 옛그림입니다

 

작가의 소박하지만 멋진 방안 풍경을 엿보았습니다

 

 

 

이정섭작가의 작품들입니다 그는 9년간 한옥을 짓는 목수로 지냈다고 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멋내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조형미를 가진 튼튼하고 편리한 탐이 나는 가구들이었습니다

 

이집은 역시 이정섭목수가 지은 옆집 쌈지길의 유명한 작가 이진경의 집입니다

 

 

이렇게 작가의 작업실을 볼수있어 즐거웠습니다

 

   

---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 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곳만 가고 아는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진 빈 몸으로 돌아왔을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자 이탈한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이진경 작가의 현관에 붙어있는 이글을 읽고 문득 ...지나가버린 내 푸른 젊은날과

이제 나에게서 모른척 외면당한  용기를 생각하니 가슴이 싸아해 지더군요

   

목공소에서 산길을 따라 30여분 걸어내려오면 내촌리의 아주 독특한 분위기의 마을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소시적에 저런 만화 얼굴을 너무나 잘그렸다는 사실을 믿어주셔요

 

 

 여느 시골의 모습과는 다른 묘한 향수를 느끼게하는 영화 셋트장과 같은 내촌 마을풍경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홍천군 내촌면 도관리라는 첩첩 산골마을에서 무슨 전시회가????....

내촌리의 허물어져가는 창고에서 이런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서명자 옷 패션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물론 첫날은 이 옷들로 패션쇼까지 이곳에서 열렸다고 합니다

 

또 다른 창고입니다 ...아니 전시장입니다

젊은 작가 이정섭은 자신이 찜한 이 내촌리를 아트촌으로 만들고 싶은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소망이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   

 

"누구의 뭣은 꼬부랑 뭣이다 "라는 창고벽의 낙서는 그림과는 상관이 없지만 그 낙서로 인해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배가 되었습니다  

 

저 사람이 그림의 작가냐구요? ...아닙니다 ...인척 해보는 저입니다  

 

홍천은 아주 먼길인데 하루만에 넉넉하게 다녀올수있는 우리의 도로 사정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물론 내촌리에서 목공소로 가는 좁은 산길을 트럭의 짐칸에 올라타 가긴했지만 말입니다

 

이번 여행은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여름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외갓집을 가는데 지금은 승용차로 30분이면 갈수있는 곳을
그때는 한나절이 걸리곤 하였지요
버스가 털털거리며 먼지나는 산길을 가다가 냇물을 만나면 모두들 차에서 내려 어김없이 쉽니다
물이 불어있으면 힘센 남정네들은 바지를 걷어올리고 차를 밀어 건너곤 하였지요 
지금도 꿈속에 나타나는 그 맑은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물장난하고 꽃도 꺽으며 

차가 움직일때 까지 산속에서 놀곤하였답니다

모두들 바쁘지 않는 그시절에는 멀지 않는 거리도 그렇게 한나절을 내내 갔었지요  
아마 그때 강원도 홍천을 가야 했다면 얼마나 많은 날들이 소요가 되었을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5월과 6월은 볼거리가 많은 문화의 달인가 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초량 린과 피아노 헨렌 황의 연주를 5월 말경에 보았는데
사라장과 오르페우스 쳄버오케스트라 내한 공연까지 어저께 보게되었습니다
아직도 소름끼치는 사라장의 바이올린 소리에 숨죽이는 순간이 가슴에 남아있어 황홀합니다  
또 오늘 저녁은 시크릿 가든의 공연을 보게 되는 호사가 기다립니다
 
계절마다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6월엔 풀잎이 빛을 내며 충실해지듯 우리의 마음도 성숙할수 있는 품성을 만들어가는

여유로운 마음이었으면 합니다
길가의 풀 한포기에도 잠시 시선을 보내면 마음이 훨씬 환해질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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