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고향 선후배 화우(畵友)회에 다녀오면서
헤어질때 친구가 한 말이.... 오래도록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 ...안됐다는 생각말아줘 ...나 잘지내 ...
이번 모임은 그 친구가 운영하는 작은 시골 도시에 학원과 작업실겸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동안 친구는 다른이의 미술관에서 관리를 하며 자기일을 하다가 부당한 대우로 인하여
자신의 거처를 옮겨 새로 만들었다기에 겸사겸사 모임장소로 정했던 것이다
고향 여중학교 미술부시절에 만난 이 친구는 ...
나와는 많은 시간을 가까이 함께 하였기에 부모님들까지 서로 아는 사이가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가다 다시 만나기도 하며... 어린날의 모든것을 가까이서 보고 자라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알아낼 만큼 친하였는데 서로 결혼을 하면서부터 잘 만날수가 없었다
친구는 유독 나를 좋아해 주었다
항상 ...감명깊은 책이나 영화를 보고나면 주인공이 나를 닮았다며(분위기와 성격)
나의 장점을 부추켜주고... 어른이 된 후에도 ...나를 만나면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내 손을 이끌고 가서 자기의 자랑처럼 나를 소개하곤 했었다
지금도 그 친구앞에 서면 자신감으로 충만해 지곤한다
반짝이는 큰눈을 가진 친구는 주변의 남자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일찍부터 연애사건으로
부모님의 속을 썩이기도 하였다...남자친구와의 약속을 핑개로 나를 왕왕 배신할때...
여자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나에게는 이해할수 없는 일이라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 친구의 유일한 의논상대가 되어주며 집안의 반대로 남자친구와 자살소동을
벌일때 ...그들의 바람막이가 되어 어린 나로써 감당할수 없는 일 앞에 큰충격을 받곤 했었다
그 후 친구는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며 부모님이 원하는 좋은 집안으로 결혼을 하여
한동안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있다 했는데 ...어느날 ....물려받은 집안의 많은 재산을
남편의 사업실패와 빚보증으로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친구는 홀로 맨몸으로 나와
시골의 작은 미술관의 열악한 관리 사택에서 지낸다는 불행한 얘기가 떠돌았다
친구는 야무지고 당찬 성격에 자신의 앞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오며
그곳에서 자기작업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자리를 잡기시작하여 남편과 함께 지내게 되었고
이제야 ...독립하여 작지만 자기의 공간을 만들고 형제들의 도움으로 아파트도 새로 장만하였다고
하는데 호사다마라고 ....막 형편이 좋아지고 있는데 남편이 취장암으로 드러눕게 되었다
그렇게 멋진 호인의 남편도 병마앞에서는 황폐한 인간성을 드러내어 자신을 많이 괴롭힌다며 ...
차차 정을 떼고있다는 말을 하는 씁쓸한 친구의 얼굴을 보며 ...
내 잠시 젊은날... 암울함으로 세상의 우울을 다 안고 있을때 ...사람들 사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친구의 얼굴을 보며 나만 홀로 더 불행하다는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져 갔는데
행여 친구도 지금의 나를 보며 자신의 불행을 저울질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
차마 친구를 위해 무슨말을 한들... 위로가 될수 있을지 ...
이 나이에 자식을 가슴에 묻는것보다 차라리 ...남편이 먼저임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내 말에
자신의 부부는 ...자식보다 부부의 정이 더 알뜰했다며 ...내 위로의 말이 오히려 더 잔인한 말이
되어버렸으니 ....미안하다 친구야 .....
올 봄 우연히 ...지나가는 사주쟁이가 ....뜬금없이...남편과의 인연이 끝났다며 운을 띄우던
말끝에 "이제는 모든것이 다 잘될것이다".....라고 너에게 한 그 말을 나도 간절히 바란다
친구야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오뚝이 같은 니가 ...이제는 니가 내 자랑이 되어다오
친구야 ...조금만 더 견디거라 .....이것이 우리 인생이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