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모텔에서 잠들다

울프조 2008. 2. 26. 18:08

 

 

 

 

요즘 제대로 밥을 먹은적이 없는 듯 자주 허기를 느낀다
근간에 남편과 얼굴 마주하고 밥을 먹은지가 열흘동안 딱 세번 정도이니 남편에 대한 허기다
원인을 생각하니 슬슬 남편에 대한 심술이 허기진 빈 배속에 똬리를 틀기 시작한다
도대체 내가 밥을 먹고 있는지 관심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남편은 주말인 토요일도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고 들어왔고

일요일인 점심약속 스케줄까지는 봐줄수 있지만 저녁만은 내 심술난 허기를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에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다
일요일 모처럼 함께 드라이브하며 시내로 나가 각자의 일을 본후 점심시간 이후 다시 만나자고
(말은 그렇게 하고 따라나서는 일은 내가 더 귀찮은 일이니 따라나서지 말고)
남편이 일찍 귀가하여 저녁만은 집에서 오손도손 함께 하자고 권유하려는 이 시나리오를  

남편은 혼자서만 나가야 한다며 무색하게 망가뜨리고 말았다
 
해가 저문 저녁시간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기에 어딘냐고 물어보니 
"자신을 잠시도 혼자있게 하지않는다"며 불뚝성질을 내는 것이다
무어라??...토요일도 빈 시간에 쓸데없이 혼자 배회했다 해도 아무말않고 있었는데 ..
여러날 참고 굶은 내 허기진 뱃속을 분노케 하다니...좋다 그럼 무한정 자유로와 보아라~        
저녁9시경에 귀가하는 남편을 뒤로하고 조용히 차를 몰고 집을 나왔다 

 

그런데 갈곳이 없다
평소에 그렇게 가봐야 할곳이 많고, 가보고 싶은곳이 많았는데 왜 갈곳이 없는것야?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도 힘이 들고 차를 세워두면 추워서 견딜수가 없다
따뜻한 곳이 그리워지고 마음이 무너지듯 우울과 피곤이 겹쳐온다

다시 집동네로 돌아왔지만 남편이 있는 집으로 들어가기는 싫고
마침 산마을 주변에 줄줄이 서있는 모텔을 보자 반짝 생기가 돈다

 

가볼일 없었는데 이 참에 가보자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모텔을 찾아들었다

방달라고 하면 부적절한 여자로 이상하게 보지않을까?...혼자라고 말을해?
아니지...혼자서 방달라는 여자가 더 이상한게지 ...남자가 있는척 해봐봐 ...

쥔얼굴을 담대하게 마주하고 살짝 웃음을 보이며 "전망좋은 방 주세요"
흠~역시 용감하고 뻔치좋은 실전에 강한여자는 이럴때 유리해!

 

남편은 쉼없이 핸폰을 울려댄다
혼자 실컷 자유로와 보시지 전화는 왜 하는거야
마침 핸폰의 밧데리 수명이 띠리릭! 하고 가버린다
얼씨구~~아~ 나도 마침내 자유다 ~이유없는 반항은 없다지...
 
하얀수건들을 거울앞에 가지런히 놓아둔 생소한 방이다
이런곳에서 혼자 옷을 벗기는 싫고 코트만 벗어 던지고 침대에 누웠다
깊은 밤인데 쉬 잠은 오지않고 시계도 없는 방이라 TV를 켜니
헉 ~~야심한 시간에 여기저기서 남녀의 요상한 레슬링 종목이 판을 친다


리모콘을 꽉 쥐고 벌떡 일어나 앉아 침을 꿀꺽 삼키며 한참을 여기저기 돌려보니
일본선수들이 한국선수들보다 훨 재미있게 잘한다는 평을 할때쯤
그 운동 보는것도 짜증스럽고 심심해지니 집에도 가고싶고 남편생각도 간절해지며
배가 더 고파지는 것이다 

낯선방에 한심하게 누워있는 자신의 처지가 불쌍해지며 괜한 슬픔에 잠겨 잠이 들었다

 

모텔은 먼 산위에서 내려다 보면 멋지게 보였는데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어보니
초라한 전경만 눈에 들어온다.
다음에는 저쪽의 전망좋은 모텔에서 하루를 묵어봐야지 ...
아침부터 딱히 갈곳도 없으면서 서둘러 나오니 쥔여자는 지나는 먼곳의 객으로 착각을 했는지
따라나오며 친절하게 어느 도시로 갈것인냐며 방향을 알켜준다
픽~ 옆동네 사는 사람인줄 알면 무어라 할까
 
대형마트에서 장보고 화원가서 꽃구경하고 꽃화분과 배롱나무를 사고
눈이 오고 있으니 이제 집으로 가야겠지 ...울집 강쥐들 냥이들 나를 기다리잖아 ...
그 사이 남편은 또 비겁하게 친정가족들에게 SOS를 쳤는지 다시 살아난 핸폰이 마구 울린다
염려하지마 난 머리가 나빠...자고 나면 잊어먹지 ...어제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

남편의 자유는 내가 알게뭐야 ...오늘만은 꼭 저녁밥을 차려 허기진 배를 채워야겠다

이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고 다른이들을 안심시킨다 
 
퇴근후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차려진 저녁상을 본 남편은 바람든 꽈리처럼 낄낄낄낄 ...

웃음을 참지못한다
그래 마누라가 모텔에서 혼자 잠을 잤다는 사실을 알면 입이 찢어지겠구먼...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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