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야콘 싹이 잘 발아가 되어 엄청나게 많은 야콘순을 심게 되었다
오후 내내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하고 야콘 순을 심었다
그동안 집을 떠나 먼 나라 미술관을 전전하는 호사로운 여행을 하면서
우아하게 받아먹은 밥 덕분에 야들해진 손이 다시 손톱 밑이 새까맣게 되었다
열흘이 넘는 날을 보내고 오니 쑥쑥 자란 풀들 때문에 집이 낯설어 보이고
끝도 없는 할 일들이 또 줄을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여독도 풀리지 않고 시차적응이 아니 되는지 시도 때도 없이 졸리운데
빨리 해결해야 할 일을 처리하기 위해 아침부터 분주하게 이웃으로 호출되어 갔다
그동안 내가 집을 비운사이 두 강아지놈들이 말썽을 피웠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날 저녁 갑자기 없어진 두 강아지놈들 때문에 자다가 일어나
마을을 향해 이름을 소리쳐 불러 찾으며 마음을 조렸다
가끔 백운이가 골목아래 큰길을 어슬렁거리기는 해도 나비는 겁이 많아 혼자서 집밖을
나가지 않는데 두놈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여행중... 옆지기의 배려 깊은 전화는 두 놈이 모두 집에 와 있으니 걱정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라 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여행중 며칠후 이웃의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울 집 강아지들이 먼 산속 염소우리에 갇혀있고
우리속의 두 염소가 두 강아지 때문에 우리를 탈출하여 산속으로 가버려 울집 강아지들이
주인이 나타날때 까지 몇날 몇칠을 계속 볼모로 잡혀있다는 말을 전해주는 것이다
옆지기의 수고로 놈들을 찾아 집에 데려다 두었는데... 여행에서 돌아오니
그 염소 주인이 찾아와 염소 값을 지불해 달라는 것이다
마리당 삼십오만원이라 하여 칠십만원을 봉투에 담아 갔다
염소값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은 했어도 값이 생각보다 많아지니 은근히 좀 억울한 마음이
슬며시 들기도 했지만 ...울집식구의 말썽이니 그 어떤 책임도 우리가 져야한다는 생각과
가끔 부당한 상황이 생겨 손해를 본다는 마음이 생기면 누군가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바꾸면
금방 나쁜 기분도 사라지는 것이다
시골 생활에 가축은 그들의 재산인데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봉투를 디미니 ...그들도 돈보다는 염소가 돌아왔으면 좋겠다 하며
돈의 일부인 사십만원만 가져가고 나머지를 돌려주는 것이다
이미 칠십만원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기에 사양을 해도 그쪽도 자신들의 염치를
생각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웃간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사람사는 일이 아니겠냐며
도울 일이 있으면 서로 부탁을 하면서 지내자 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나쁜 상황이었지만 힘들지 않게 해결이 되고... 없어진 염소 때문에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하여간 두 말썽장이 우리 식구가 돌아와서 무사하니 마음이 편하다
친절한 설명: 작년의 야콘 줄기 보관을 잘하였는지 순들이 잘 자라 주었다
친절한 설명:여행중에 그 무엇보다 더 나를 행복하게 해준 꽃씨와 채소 씨앗들..난 천상 촌 아낙이 되었나보다
친절한 설명 : 백운이에게 꼬시켜 집나가 고생을 하고 들어온 불쌍한 나비 ...
친절한 설명 : 잠시 줄에 묶여 근신중인 백운이 ...집 나가면 개팔자가 뭔지 아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