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행사가 많은 오월 중에서도 스승의 날이 가장 분주한 날임을 ...
이제서야 한가해져 나를 위한 선생님들을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나에게 스승이란 꼭 학교에서 학습과 올바른 사고를 지도하는 소중한 선생님만이 아니라
일상 주변에서 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도 지혜와 덕목을 배우고
올바른 삶의 지표와 반성하는 자세를 가지며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나게 되니
주변의 모든 이들이 스승이고 선생으로 자리함을 느낀다
그래도 스폰지처럼 말랑한 어린시절...지금의 내가 될수있는 인성소양에
적지않은 영향을 준 학교의 많은 선생님들이 생각난다
그 중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내가 짝사랑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여중학교 때 우리학교로 오신 수학을 전공한 못생긴 총각선생님이셨는데
무슨 특별한 재주 때문인지 모든 아이들이 그 선생님에게 열광하는 것이었다
나는 엄마의 치맛바람에 힘입어 그 선생님의 방을 무심히 들락거리는
수학 그룹 과외학생이 되었고 방과 후 총각선생님의 방에 머리를 맞대고 모여
과외를 받던중 ...선생님은 내 얼굴에 자를 가져다 대며 아주 좋은 황금비율이라며
나의 마음에 바람을 넣어주셨다
그 후 내 눈은 늘 그 수학선생님을 따라 다녔다
덕분에 여고생이 되어 특별반(우수반)에 들자 그 선생님이 담임이 되었고
학년 초 가정방문을 하시는 선생님의 안내자로 선택되어
반 아이들의 집을 함께 다니게 되었다
선생님은 늘 자전거에다 나를 태우고 다니셨는데 ...가끔은 외곽지를 가게 되면
아무도 없는 논두렁길을 선생님과 단 둘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이 났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인다
해가 어둑해지고 초생달과 별이 뜨면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하늘에다 그림을 그리며
나에게 수학 함수에 관한 복습을 시켰다
저것은 사인 ...이렇게 하면 코사인 또 이것은 탄젠트라며 ...
집안에 아무도 모르는 우환이 생겼을때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는지
나를 자주 불러 위로를 해주시는 자상한 관심을 보여주었기에
나의 애뜻한 마음은 더 깊어져 갔다
학교에서는 거의 폭발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으시더니 드디어 스캔들이 생겨났는데
우리반 아이의 언니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그 친구가 결석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선생님은 그런 엉터리소문의 진상이 어디냐며 우리에게 반성문을
써라고 화를 내셨다
난 질투와 심술로 “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 라는 짧은 반항(성)문을 써서 올렸다
늘 밥 먹듯이 하는 내 지각을 너그럽게 받아주시던 그 담임선생님이 다음날로 바로
나만 교무실로 불러 지각 벌을 세우는 것이었다...그것도 나를 모범생으로 알고
아껴주시는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치마를 펄럭거리는 엉덩이 매를 두 대씩이나
때리면서 말이다
그 후 나는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고 얼굴을 옆으로 돌리며 피해 다녔다
그러자 선생님은 나를 지나칠 때면 한쪽다리를 익살스럽게 푹 굽혀 내 쪽으로 몸을
기우뚱 기울며 “내가 잘못했다 아이가 ~~” “내가 잘못했데이~~~” 라는 멘트를
날리며 지나가셨다
선생님은 교실 문을 열며 들어올 때도 이상한 유행가 노래를 불러 우리의 환호성을
자아내게 했고 수업중에도 갑자기 생뚱한 노래를 불러 수업의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그렇게 온 몸으로 개그를 하면서 개똥밭에 굴러도 웃기만 하는 아이들을 한없이 즐겁게 만들고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던 자상한 선생님이 자신의 고향도시로 전근을 가시게 되자
학교가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
한번은 전교생이 운동장에서 아침 조회를 하고 있을때 전근가신 그 선생님이 나타나셨는데
교장선생님의 훈시 중에도 불구하고 이천명이나 되는 모든 여학생들의 줄이 흐트러지며
그 선생님을 향해 몰려가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어린 여학생들의 가슴에 미래의 남성상을 확실하게 만들어 주신 분이셨다
여고 졸업후 선생님이 계신 도시로 대학을 가면서 인사차 찾아뵙게 되었는데
그 사이 장가를 가신 선생님은 같이 교편을 잡고 계시다는 배가 남산만한
소담한 여인을 앞세우며 나를 반기셨다
그 후 한 번도 뵙지 못했는데 ....오랜 시간후
아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보내던 어느날 일간지에서 선행을 소개하는 기사에
교장선생님이 되신 그 선생님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게 되었고
그 해 스승의 날에 그 학교로 꽃과 편지를 보내었다
“제 아이들이 자라 선생님과 함께한 그때의 내 나이만큼이 되었고
아직도 선생님은 나의 로맨틱한 꿈속에 나타나는 주인공입니다 “ 라는 글과 함께...
이제 또 다시 선생님께 편지를 써야 한다면
선생님을 좋아한 잘 웃는 작은 소녀가 지금은.... 선생님을 조금 닮은 남자와 함께
늙어가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가족과 다복하게 오래 오래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