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초겨울의 사건 사고

울프조 2008. 12. 5. 23:52

 

 -첫눈-

오늘 첫눈이 내렸다

차를 몰고 나가야 할 시간에 눈이 펑펑내려 나가는 일을 포기하려 했는데

갑자기 햇빛이 확~비치는 틈을 타 눈쌓인 비탈길을 비틀거리며 잽싸게 달려

포근한 읍내로 나가 눈을 피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마당과 데크위에 하얗게 눈이 쌓여 뽀도독 뽀도독 소리를 낸다

 

  -가출-

냥이 삼순이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다

밤에 잠을 자다 깨면 삼순이 생각이 난다

삼순아 넌 내가 보고 싶지도 않니?... 난 니가 너무 보고 싶다

단 한번만이라도 나를 만나러 와주라 ~~~ 너의 어떤잘못도 죽을때까지 모두 용서해주마

분명 무슨 변고가 생긴거야 ..... 마음이 아프다 


  -바람- 

아직 나이도 어린 백운이가  바람이 났는지

남의 집 바람난 암컷에게 껄떡거리다 물려 죽을뻔 했다

그 암컷의 기둥서방이 덩치도 크고 힘이 센 진돗개인데 덩치작은 백운이가 암컷의 유혹에 못이겨

살살 눈치보며 꼬리치다 온몸을 된통 물려 상처투성이가 되었는데도 정신을 못차린다 

하여 ....지금 조신하게 집에 있는 이유는 목줄에 걸려 당분간 근신중이다

 

  -탈출-

견 울프가 울 밖으로 나와 ...온 동네를 그 힘찬 다리를 굴리며 날아 다니는 것이었다

분명 문은 잠겨있는데 불가사의한 일이다

갸우뚱하며 다시 울안으로 돌려보냈는데 한시간도 아니되어 또다시 동네를 소란스럽게 만든다

늠이 밖으로 나와 영웅이 된듯 바람같이 달리면 온 동네의 개들이 숨넘어 가듯 짓고 난리다

자유가 좋아서 정신없이 날뛰는 바람에 사람들도 놀라 숨어버린다

장하다 울프....드디어 불가사의한 힘을 길러 저 높은 울을 뛰어넘었단 말인가?

(분명 울을 만든이가 어떤개도 이 울을 넘을수 없다며 만약 넘는다면 새것으로 공짜 울을

다시 만들어 줄것이라고 장담했는데 ...)

그렇다 ... 놀랍게도 ...늠은...쪼잔하게...생쥐처럼 자기집 뒤.. 집밑의 흙을 파 땅구멍을 내어

쇼생크 탈출을 감행한 것이다

그래 ...이렇게 좋은 너의 계절에 ...자주자주 울밖으로 데려나와 산책을 시켜주마

 

 -손가락 아야- 

주말에 반가운 손님들이 왔다

마음도 들뜨고... 꼬마손님들과 놀다가 창틀에 손톱이 끼어 다쳤다

문을 잘못 닫은 꼬마손님이 미안한 얼굴 찡그리며 “손가락 아야?” 하고 묻는데

놀랄까봐 ...피 떨어지는 손을 감추고 “괜찮아 괜찮아 안다쳤어...으~” 웃으며 이 악물고 참았다

갈라진 손톱 통증이 잔인하게 며칠간 나를 괴롭혔다

매니큐어 싫어하는 내 손톱이 까만 매니큐어를 바른것 같다

새까매진 내 아야 손톱 ...빠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새로운 장남감 -

우연한 기회에 운좋게 상태가 좋은 ...중고인 전기물레를 구입하게 되었다

이 물레 때문에 나는 드디어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될것이다

창고 한편에서 당분간 얌전히 자리를 잡고 앉아.... 천천히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 물레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설레인다

 

 -폰 세탁-

샤프하게 얇은 폰이 존재감이 없다고 내가 너무 구박을 한 것일까 ...

세탁기속에서 세탁물과 함께 세탁 되어진 내 폰이 물에 빠져죽었다

남편에게는 그냥 저절로 물에 빠졌다고만 했다

만약 내가 세탁기에 넣어 죽인것을 알면 새로운 폰을 구입하는데 장애가 될것이기에 ...

내 특기인 부주의를 운운해하며 자극하면 난 틀림없이 절대로 새 폰을 구입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릴것이다

사실 폰이 없어도 별로 아쉬운것이 없다... 오히려 세상과의 단절이 자유롭다

그런데 남편은 죽은 폰을 애도 하지도 않고 빨리 새 폰을 구입하라고 너그럽게 독촉했다

 

“알립니다 ~~~나의 폰 앞자리 4자리가 달라졌답니다”   010 2*** ****입니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려온다지요 ...몸과 마음 따뜻하게 지내세요  

 

'우렁각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눈온날 일기 ...주저리 주저리   (0) 2009.03.05
재혼풍경  (0) 2008.12.22
수업중  (0) 2008.11.28
가을의 추억색  (0) 2008.10.08
하찮은 내 흔적   (0) 2008.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