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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기

울프조 2008. 6. 18. 13:37

 

 인사

 

차를 몰고 가는중에

산골짜기에 있는 이 지역의 과학고 시골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외국인을 보면서
저렇게 먼길을 걸어가다니 학교의 다른 선생님들 차를 얻어타고 다닐것이지 ...

융통성 없는 사람인가 보다고 스쳐 지났다


그런데 농협마트 앞을 무심히 걸어가는데 옆에서 "안녕하십니까" 라는

억양이 좀 불편한 아주 정중한 인사를 그 외국인이 건내는 것이다 
놀라서 얼떨결에 "네"라는 대답만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나갔다 

  
함께 인사를 해야하는데...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만 받고 말았다

그래 ...융통성없는 사람은 바로 나야 ...마음이 열려있지 않기 때문이야 ...

 

어린시절부터 환하게 웃으며 아무에게나 인사 잘하기로 두번째 가라면 서러워했는데  
세월이 갈수록 남들처럼 무심해 진다
나이들어 아무에게나 인사 잘한다고 핀잔까지 듣게되니

인사하는것이 무안한 일로 치부되고 있다


얼마전 우리집을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다가

무단침입이라 여기며 심기불편해 하는 남편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왜 인사를 먼저하는냐고...가볍고 헤프게 보일수도 있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마음의 문이 닫혀진다

 

 
선입견

 

동네에 가족도 없고 혼자의 몸으로 남의집 방에 얹혀사는 나이든 남자가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을 먼저하게 되는데

왠지 그 사람은 무섭고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늘 낯선사람을 말할때 좋은말보다 나쁜 생각이 들게하는 말을 많이하여
선입견을 먼저 갖게하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그 사람은 우리집 개울건너 버려진 땅에서 혼자 채소밭을 가꾸기 시작했다
간혹 인사는 하지만 외면할때가 많았다
봄공사때 우리집에 동네사람들이 많이 북적이고 참을 먹는 술자리 시간이면 나타나곤 하였다
남의 술 얻어먹기가 미안한지 한번은 자신이 마시다 만 댓병술을 들고 오셨다
내 심기가 영 마땅찮아 그 술을 다른사람들이 마실까봐 몰래 버리고 말았다
그 술에 불결한 물을 섞었을 것이라는 내 의심때문에 ...
전에도 소주에 물을 섞는 장난을 치고

채소밭에도 농약을 마구 들어 붓는다는 흉흉한 말들을 들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서 놀고먹지 그런 쓸데없는 채소는 왜 키운냐고

동네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핀잔을 주면
난 항상... 말로만 착한척하며 그 사람의 편을 들어주었다

 " 노는것 보다 열심히 일을 하는것이 건강에도 좋고 얼마나 좋은데요 "

라며 대신 대꾸를 해주곤 했다
그래서 인지 열심히 키운 채소를 한번씩 우리집 현관앞에 태산같이 던져놓고 가곤 해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농약이 많이 묻은 채소를 먹기는 싫고 아까워 버리지도 못하고 어떻게 처치를 할까

심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차차 그 채소들를 눈여겨 보니 구멍이 숭숭 뚫어져 있기에

농약을 많이 치진 않았다는 생각에 김치도 담구어 먹고 이웃과 나누어 먹기 시작했다
고마운 마음에 그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며 채소밭도 구경하게 되었다   
싱싱하게 자란 채소들을 자식처럼 돌보고 키우며

자신은 "굳이 돈 만들것도 아니고 이웃과 나누어 먹으려고 농약도 치지않는다" 는

말을 직접 듣게 되었다 ...설령 그 말이 진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사람에 대한 싫고 껄끄러운 마음이 거두워지며 부끄러워 졌다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이라도 처음부터 거부하는 선입견은
나 자신을 더 황폐하게 만든다

 

어떤사람도 처음부터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두를 똑같이 대해야 할것을 반성하며 ...
        

 

 

 

 

 봄에 심은 장미모종들이 이제야 들을 피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