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할머니에게 바치는 글입니다
어떤 죽음도 슬프지 않는 이별이 어디 있을까요
그런데 할머니로 인하여 평온한 죽음도 마주해 보았습니다
모두들 이런 죽음을 호상이라고 한다지요
저도 나중 할머니처럼 이런 죽음의 복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이 마을로 이사와 가장 먼저 친해진 사이 였지요
물론 가족간의 친분 교류가 그 전부터 있었지만 이곳이 낯설게 않게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주셨기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도시생활을 오래 하셨기에 이곳의 나이 드신 분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자주 놀러오라는 전갈을 받기도 하였지만 자주 찾아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쾌활함과 부지런함... 독립적인 강인한 성격에 매료되어 함께 한 시간들이
팔십연세 노인과의 대화라고 느껴지지 않게 늘 즐거웠답니다
교편을 잡던 맏며느리 정년퇴직하고 들어와 살림하면
지겹던 살림살이 손에서 놓고 싶다더니만... 작년부터 원대로 되셨는데...
어찌 이리도 일찍... 고운 죽음을 맞이 하셨는지요
며칠전 병문안때 손을 잡으시고 “늙지말고 지금 모습 그대로 있어라”는
말씀을 힘주어 하시기에 “다 세상의 순리대로 살아야지요” 라는
위안되어 드리지 못한 제 대답이 참 많이 죄스러웠습니다
부음소식을 받고 좀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하였다는 죄책감과 후회로
마음이 아팠는데 장례식장을 다녀온 후 편안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병마와 오랜시간 싸우지않고 큰 고통없이 가신분이라 아쉬움은 많지만
복된 분이라며 가족 모두가 편온한 모습으로 장례식장 방문객을 대하여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영정에 절을 올릴수 있었습니다
이제 두 번 다시 뵐수 없지만 계절 따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겠습니다
도장골의 쑥밭에서 저보다 두 세배나 더 많은 쑥을 케시어 놀라게 했던 모습이며
그 쑥으로 처음 맛본 카스테라 쑥떡을 만들어 주셨기에 ...이제는 그 쑥떡이
저의 전유물이 되어 가까운이들의 봄맛을 즐겁게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함께 도시의 거리로 나갔다가 행여 젊은 저에게 짐이 될까 앞서 잰걸음으로
바삐 걸으시는 모습에 결국 제가 팔짱을 끼어서 속도를 조절해야만 했던
꼿꼿하심에 반했습니다
사람이 그리워 오래도록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시던 마음 다 알면서
핑계 생기면 일어나기 바쁜 저를... 다시 볼 때마다 반겨주시던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
손수 만드신 매실 엑기스를 권하는 대로 한 컵을 다 마시고
술에 취한듯 얘기중에 눈을 감고 혀와 발이 꼬여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니
“고걸 먹고 취하는 희안한 사람 처음 본다”며 혀를 차며 웃으신 모습이며
장보러 함께 가자며...들어오지 말라는 할머니집 마당까지 차를 가지고 가려다
앞 고랑 난간에 차바퀴를 빠트리고 꼼짝 못하여 함께 난감해 했던
일들도 생각이 납니다
이제 할머니네 만큼 풍성해진 우리집 곤달비 밭을 누구에게 자랑하며
곧 쑥들이 자라 쑥떡을 하면 누구에게 제일 먼저 가져가야 할지...
그리고 할머니는 도장골 나물밭 자랑은 누구랑 하실래요?
걱정마셔요...도장골에 발길 닿으면 할머니 묘소 찾아 말동무 해드릴께요
창너머 도장골 길이
오늘따라 고운 진달래 꽃빛으로 더 환합니다
고운 진달래 꽃길따라 한줌 재되어... 오늘 도장골로 드시는군요
먼저 가신 꼴통 같으시다는 영감님 너무 구박마시고 평온한 잠 드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