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아름다움
옆집 마당에 풀이 무성하자 이웃에 품을 들여 풀을 뽑았는데
잔디 마당에서 뱀이 나온것이다
뱀을 발견한 이웃의 흥분에 놀라 나가보니
이미 뱀의 머리를 호미로 때려 반 죽음이 된 상태였다
불쌍하게도 몸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뱀이 위험한 동물이라며 소리를 치고 끔찍이도 징그럽게 여기는데
나에게 있어 뱀은 그다지
혐오스러운 동물이 아니다
몸의 색이 너무 이뻐서 뛰어가서 유심히 보려하면
보기도 전에 위험하다며 가까이
가지를 못하게 하는것이다
행여 산길에서 차에 치인 뱀을 보면 모습이 너무 처참하여
보고있으면 기분이 언짢아지고
가끔 살아있는 뱀을 볼라 치면 뱀이 먼저 도망을 가버리는 바람에
비늘의 이쁜색을 감상할수가 없다
이날 죽임을 당한 뱀은 능구렁이였다 ...독이 없는 뱀이다
사람들에게 별 해가 안되는 것은 그냥
두어도 되는데
왜 다들 뱀을 싫어하고 죽이려고만 하는지...
물론 독사와 같은 뱀에 물리면 치명적인 해를 입겠지만
사람이 밟거나 해하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는 않을텐데 말이다
예전에 옆집 개가 벌집을 건드려 벌들의 공격으로
괴로워하고 있기에... 놀라 뛰어나갔다가
성난벌에 쏘여 호흡곤란으로 죽을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병원응급실에 실려간적이 있는데도
벌이 무섭지가 않고 더 친근감이 간다
벌이 몸 가까이에 있어도 가만히 있으면 쏘지를 않는다
서로에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 평화로운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것들은 나름대로 질서가 있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오늘 아침 ...긴 장마끝으로 오랫만에 햇빛이 비치자 벌과 나비... 온갖 곤충들이
합창을 하듯 꽃에 모여
다툼없이 꿀을 빨며 윙윙대는 모습이
오케스트라의 교향악처럼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미물들의 살아 움직이는 모습도
감격스러운데
하물며 인간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은 더 숭고하지 않는가 ....
며칠전 늦은 시간 TV에서
우리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조명하는 프로를 보게되었다
인신매매로 섬에 갇혀 십수년을 노예처럼
인간이하의 생활을 하던 어느 젊은이의 이야기였다
그는 약간의 정신지체장애를 가진이로 다행히 구조되어
자유를 얻어 사회에 나오게 되었다
주변이들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찾게 되었는데
그는 아무말없이 꽃집으로 들어가 카네이션 한송이를 사서 나오는 것이다
열살무렵 자기를 고아원에
맡긴... 어머니의 가슴에 그동안 꽂아주고 싶었다며 ....
아들의 이름조차 잘 기억할수 없는 그 어머니도 정신장애인이었다
그러나 아들이 왔다는 말에 황급히 집밖으로
뛰어나오는 모성애...
어머니의 생활거처도 동물우리처럼 형편이 없었다
그래도 아들은 그 어머니에게 보고싶었다며 ...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었다고 하자
그 열악한 단칸방에서 먹다 남은 된장과 밥을
가득퍼서 먹으라고 아들에게 권한다
자신의 삶보다 더 안타까운 엄마의 삶에 목이 메이는지 얼굴을 가리며 ...
그의 입에서 신음처럼 "이렇게 살면
안돼잖아요" 라는 말이
손가락 사이로 아프게 새어나왔다
또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동생을 힘들게 찾아내어
서로에게 부담만 될것이라며 만나지 않으려는 동생에게
비상금이라며 꼬깃꼬깃하게 구겨진 돈 만원을
품안에서 꺼내어 주는것이다
비록 장애를 지닌 어눌한 표정과 말씨를 가졌고
찌들고 힘든 삶을 살았음에도
자신보다 누군가를 위하여 아파하고 베풀고 위로하는
결이 고운 순수한 마음을 가졌기에
누구를 탓하지않고 웃음이 배어있는 얼굴이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인간으로 느껴지게 했다
내가 지금 어린 미혼이라면 저런 사람곁에서 평생을 함께하여도
참 행복하겠다는 마음이 들게끔 말이다
주변에서 그들 형제들을 위하여 주거도 마련해주고
사회 한 일원으로 맞이할 재활교육을 준비해주는
도움을 주는 많은이들이 함께 살고있어
우리 인간사는 참으로 살맛나고 아름다우며 ...
살아있음에 빛나는 모습들이다
(친절한 설명: 모처럼 파란하늘에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날... 안주인을 따라 산책을 다녀온
나비와 무던이의 지친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