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전원생활/ 글

울프조 2006. 3. 20. 10:15

 

 

 

 

산촌의 봄을 네번째 맞이한다

 

 

사람들은 나의 이곳생활을 멋진 전원생활이라 말하지만 

그냥 주거지를 시골로 이사를하여 적응하며 살아갈뿐이다
오랫동안 익숙한 도시생활에 길들여져 처음엔 불편한점도 있었지만
살면서 조금씩 적응하고 주변의 변화로 이제 불편을 느낄수가 없다

 

 

이곳으로 온후 예전의 생활과 크게 변화된 것이라고는

손을 놓아버린 여러가지일들로... 시간이 많이 느리다는것과

가까이 있는 자연으로 인해 고요와 평온함이 생활속에 있다

그동안 길들여져있던 긴장감과 섬세함이 없는 일상의 반복이

나를 게으르게하여 가끔 불안을 느끼게도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별로 달라진것이 없다 
어린나이면 주변에 각별한 친구를 찾아야겠다는 다급함도 있지만
살아갈날보다 살아온날들이 많은 이 나이는

이미 오랜시간 엉켜온 인연들이 많기에
이곳 주변의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도 지금처럼 살아온 도시의 이웃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면 되기에

시골이라고 별반 다르지않다 

 

 

시골로 이사를 하는것에 두려운것중 하나가 시골사람들의 텃세를 염려하는데
이곳의 사람들은 예전처럼 폐쇄적이지도 않다
자신의 자식들이 도시에서 생활을 하기에

도시의 사람들 생활을 잘 이해하고 아쉬움을 옆에서 챙겨주기도 한다
물론 이웃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는것은 아니지만

어디에서나 사람들이 사는곳은 같다고 본다
인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상대를 탓하기보다 상대를 이해하기이다
인간군상은 너무나 다양하기에 슬기로운 대응과 자기 처신의 하기 나름이리라

 

 

아직 옆지기는 도시에 일을 가지고 있기에
이곳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지않아 이웃과의 교류가 부족하다 
좀 더 여유가 있게되면 이곳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날것이고     
이런 저런 부대낌으로 시간이 지나면 가까운 친분은 저절로 자연스럽게 생겨날것이다

 

 

이곳생활에서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것은 먹거리를 직접 일구는 일이다
봄이되어 언땅이 풀리면 거름을 하고 땅을 일구고

철따라 씨앗을 뿌려 야채를 가꾸고 거두는 일은

너무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동안 화원속의 꽃만을 좋아하였던 나의 땅에 대한 무지와
어린시절 시골에서 엿본 어른들의 농사흉내를 내는

어설픈 옆지기의 텃밭가꾸기가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제 제법 모양새를 갖추어가고 있다

 

 

시장에서 보는 튼실한 야채와는 비교도 되지않는 형편없는 채소지만
밥상위에 올리는 일은 참으로 뿌듯하다
양이라도 조금 많아지면 튼실한것들을 골라

아는집이나  친척집으로 보내고
내가 먹는것은 볼품없이 부실한것들이다

 

 

채소를 가꾸는 일에도 욕심과 버림을 저울질하는 마음공부를 하게된다
당근씨를 뿌려 촘촘이 난 싹을 과감히 쏙아야 하는데

아까워 많은양를 심어두면 서로 튼튼히 자라지 못하여

양을 얻으려다 질을 버리게 된다

 

 

배추가 어린순일때 여린뿌리가 보이면서 자란다 
바람에 흔들려도 그냥 두면 튼튼히 자라는것을

흙 돋우면 간섭을 하였더니 어린순 속에 흙이 들어가 새순이 썩어버린다
자식을 키우는 교육법을 농사를 지어며 뒤늦게야  깨친다

 


잔디보다 더 잔디같은 잡초를 찾아 뽑으며

머리속이 하얗게 비어있음을 느낀다
새벽 일찍 일어나 묵묵히 텃밭을 가꾸는 옆지기도

텅빈 머리로 일하는 시간이 최고의 평온을 느낀다고 한다
 

 

이제 곧 ...산마을은 연초록으로 물들것이고

시끄러운 새소리로 봄의 아침이 시작될것이다 

 

텃밭의 푸성귀를 아침상에 올려놓고
손톱속에 흙이 낀 거친손을 서로 마주보며

낄낄 웃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며칠전 폭설이내린 마을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