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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삐 간 친구를 추억하며.../ 글

울프조 2005. 10. 5. 01:35


 


 

오늘 친정이 있는 곳에 일이있어 가고 있는 도중

한 초등학교 친구의 부음소식을 전해 듣고

일을 마치고 친정엄마와 함께

이 친구가 안치된 영안실을 잠시 들렀다

아직 젊은 미망인과 이쁘디 이쁜 두딸을 어찌하라고

친구는 바삐도 세상을 등 졌을까...

 

부디... 가는 곳에서는

삶의 애환이 없는 평온함만이 친구를 맞이하길 바라며

친구와의 인연을 추억해 본다

 

초등학교 때의 친구들은

부모 형제 다음으로 오랜 기억의 창고속에 존재하는 이들이다

이제 기억이 많이 흐려져 초등학교 때의 일들이 세밀히 생각나지 않고

남아있는 단편적인 기억도 희미해져만 간다

 

이 친구의 모습은

초등때 잘생긴 얼굴에 제법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친구로 기억에 남아있다

후에 여중생일때의 일로 기억되어지는

이 친구와의 짧은 인연의 단편들은

 

어느 친분있는 화가 선생님의 전시회에 꽃을 선물 하였더니

그 선생님이 ...우리 집을 아는 이 친구 편으로 그림액자를 하나 보내왔었다

그때 나는 감기를 앓고 있어 잠옷 바람에 누워있는 모습으로

 친구를 맞이하게 되었고

생글거리며 잘생긴 얼굴로 나타난 이 친구에게

얼굴이 붉어져 수줍어 하였던 일이 떠오른다

그 이후도 그림 모임에서 그림을 그리는 숲에서

그림을 그릴때 간간히 이 친구를 본적이 있었고

초등 친구들을 떠올릴 때면 기억의 한자리를 잡고 있었던 친구였다

 

처음 초등학교동창 모임에 갔을때 

이 친구의 모습을 찾았고

이 친구의 안부를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어릴때 똘똘하고 총기있는 이 친구가

사회에서도 자신의 일에 성공한 사람으로

잘 살아 갈것이리라 여겼다

 

그런데 얼마전

친정집 앞에 방송 통신대학이 들어서면서

바깥참견을 잘하시는 친정 엄마편으로

나를 잘아는 한 초등동기가 그곳에 경비일을하고 있는데

한번 만나보라고 하였다 ...바로 이 친구였다

 친정 가는길에 어느 저녁날 일부러 엄마를 졸라서 함께

이 친구가 일하는 곳으로 가서 친구를 만나보게 되었다

 

아~~ 예전에도 이 친구는 참 순수 하였는데

여전히 마음은 순수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세상을 힘차게 싸우지 못한...

모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왠지 여린 친구를 마주하며

잠시 마음이 아팠다

이미 몸도 얼굴색도 세상에 지쳐있었고

얼굴의 어두운 그림자가 내 마음을 많이 안타깝게 했다

 

이 친구는 잠시동안 친정엄마와 자주 왕래도 하면서

친정엄마의 심심찮은 말벗도 되어주어

친정엄마의 편으로 그 친구의 소식도 간간히 전해 들을수 있었다 

친정엄마의 고질병인 무릎 관절염을

돌복숭아 나무를 구해다 말끔히 낫게도 해주었다

 

그후 갑자기 그곳을 그만 둔 친구의 소식을

전해 들을수 없다는 친정엄마의 염려가

이렇게 빨리 슬픈 소식으로 다가오다니 ...

내게 돌위에 나무를 장식한 작품을 만들어 

주겠다던 약속도 있었는데...

 

좀 더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주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아픈 마음만 남겨두고 가다니 ...

 참 나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