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 이야기

내 아이는 특별하다/ 글

울프조 2005. 9. 29. 10:09

 

 

즐겨가는 어느 블로그에서 자식 농사에 관한 글을 읽고
이미 두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있는

부족함이 많았던 엄마로써
아이들의 어린시절 성장 과정에 대한 단편들을 기억해 본다

 

아이들이 많이 자란후 TV 어느 분유광고에서
"내 아이는 특별하다"라는 멘트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났던적이 있다
그것은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적절한 문구이였으니...
이 글 속에서도 내 아이의 모습이 틀림없이 그렇게 묘사 되어질 것이다...ㅎㅎㅎ

 

나 역시 첫아이를 얻어 나름대로 여느 엄마들과 같이
누워 있는 아기에게 동화 책을 읽어주고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감동하며
내 아기가 특별한 아이일것이라는 착각도 하면서
이것 저것 욕심도 내어 보았지만
아쉽게도 다행이 내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는
크게 잘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아이들로 자라났다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군대를 다녀온 지금은 잠시 멀리 떨어져 학업에 전념하고 있는
나에게는 특별한 아들놈의 이야기를 추억해 본다

 

큰아이가 일곱살이 될 무렵 귀여운 여동생이 생겼다
지금까지의 모든 관심과 사랑을 어린 여동생에게 빼앗긴

아들의 미운 일곱살이 때를 만났던 것이다
"니들 끼리 잘살아 나는 이 집을 나갈꺼야" 라며
시작한 아이의 청개구리 심술은 끝도 없이 불화를 일으키며
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했다

 

그 무렵 이사를 간 동네가 환경이 좋아서인지
주변의 아이들 역시 내 아들과는 비교도 아니되게 우수하고 특별한 아이들인지라
그 속에서 경쟁을 위하여 엄마로써의 책임을 다 하려하니
아이와의 싸움을 더 부채질 하게 만들었고 그 심통은 더욱 치열해졌다


어느날 아들이
"친구들이 꿈만 꾸면 자기 엄마가 귀신이 되어 자기를 쫓아오는 꿈을 꾼데"
"나도 엄마가 귀신이 되어 도망가는 꿈을 꾸었어"...라는 말에
더 이상 내 아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아주 조용히 학교 학습의 참견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그와 동시에 아이의 학교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그 와중에도 미숙한 엄마의 자리를 반성하며 힘들었지만 노력했다
아이가 잘못을 하여 나무랄때
절대 감정이입을 하며 구타하지 않을것과

항상 아이의 입장이 되어 먼저 생각해보는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어 아들과 마주했다


아이가 잘못하면 아이에게 묻는다
잘못한것이 무엇인냐...무엇 무엇을 잘못했는냐... 벌로써 몇대를 맞아야 하는냐 ...
어떤학원을 가고 싶어하면 보내주고 그만두고 싶어할때 그만두게 하되
두번다시 그 종류의 학원을 등록할수 없다는 원칙을 만들어 두어
자신이 행한일에 신중함과 책임감을 갖게끔 했다
화를 낸 후에도 무엇 때문에 화가 났고 너에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덧붙였다


한동안 아들과의 불화는 나아지지 않았고
아이의 불만 가득한 성격은 수그러들지 않게 나를 괴롭혔다
전생에 아들놈과 나는 웬수지간이었나 보다고 힘들어 하던중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어갈 어느 때부터 아주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다정다감 하며 아이답지 않게 모두에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주 착한 아들로 다가왔다

 

중학생이 되어갈 무렵 어느날
잘못을 하여 야단을 맞고 방으로 들어간 아이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방문을 열고 들여다 보니 카셋녹음기 앞에 엎드린 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카셋녹음기 속에서 들여오는 아기의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아들의 모습은
조금전까지 야단맞은 표정과 전혀 상관없는 환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들은
아들이 태어나 옹얼이를 시작한 백일 무렵부터

여동생이 태어나기 전인 여섯살때 까지
아들의 육성을 녹음 테입에 담아 두었던 육아일기 였던것이다
날짜와 아기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사랑이 가득 담긴 애띤 엄마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그 하염없는 사랑에 화답하는 아기의 웃음소리.. 옹알이...천사 같은 아기의 노래소리
말을 시작할때 부터 엄마와 아기와의 대화...
그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와 아들의 대화였다

 

아~~ 아들은 엄마와의 불화가 있을 때마다 혼자서 이 테입을 들었던 것이다
이사를 하고 물건을 정리하며 무심히 잊혀진 그 녹음테입이
어느날 아들에게 다가와
자신의 가치가 더 없이 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고
엄마에게 한없이 사랑스러운 아기 였음을 확인하며
자신을 위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것이 아이를 변화 시켜왔던 것이다
 
이후 사춘기가 왔을때도
주변 엄마들의 사춘기 반항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힘들어 할때
내 아들은 너무나 살가운 다정한 엄마의 친구로
학교에서는 배심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바른 생활로
선생님들이 사나이답게 말썽을 좀 부리라고 부추길 정도라
엄마인 나도 너무나 교과서적인 아이가 세상 재미를 못보고 살면 어쩌나 해서
고등학교때 담배도 피워봐라... 술도 좀 마셔봐라...당구도 쳐봐라
신으면 안되는 요상한 신발도 사다 줘보고...다행이 또 이러한 것들이
아들이 엄마를 속이지 않는 솔직한 친구 사이를 되게 해주었다


명문 대학을 간 우수한 아이는 아니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하며 심성이 곱고 남을 배려하는
삐뚤지 않은 시선을 가진 보통의 아이가 되어준것이
다른 무엇보다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
엄마의 핸드백도 무거우니 뺏어드는 최상의 보디가드...아들의 목소리가 그립다


" 엄마 내가 빨리 장가가서 색시 데려와 엄마 편하게 해줄께요"
ㅎㅎㅎ...시댁에서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온날

여섯살난 아들의 녹음기 속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내 특별한 아들놈은 이 말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