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글
오늘 초등학교 친구에게서 초등까페 편으로 쪽지가 하나 와 있었다
성공하여 제법 잘 돌아가는 의류사업을 하고 있는 바쁜 친구라 간혹 동창 모임에서나
볼수있는 많이 친하지도 않은 친구다
아직도 왕성하게 사회 경제 활동을 하는 그녀를 보면 여름베짱이 같은 나와 비교가 되어
좀 주눅도 들고 부럽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아직도 초등학교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순수한 모습으로
멋있게 나이를 먹었다는 내용을 보내왔다
묘한 우월감 ...순수와 거리가 먼 나의 속내다
얼마전 오랜만에 모인 초등학교 동창모임에서 모든 친구들이 이구동성 내게 던진말
옛날모습 분위기 말투 표정 모든게 그대로 라며 삼십여년이 지난 모습에서
바로 나를 알아보겠다고들 한다
한 초등 남자친구의 분위기 있게 한말- 친구가 너무 순수해 보여 건드리면 금방 울것 같애 ...
(속으로:뭐? 나를 건드린다고? 아니 그런 불손한 생각을 ...그래 건드려 봐 ..주먹다짐이 오갈거고 당연히 힘센 너한테 졌어 내가 울겠지...ㅋㅋ)
그 남자 친구의 아이처럼 순수한 말뜻을 불순한 뜻으로 받아들인
나의 속모습은 겉모습과 얼마나 다른가
잘생기지도 않으면서 겉모습으로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가식의 마스크...
그렇다고 나를 너무 격하시키지는 말자
어떤 사람과도 격이없이 잘 다가서고 받아 들이는 편한 성격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의
괜찮은 면도 있지 않은가
조금만 시간의 고무줄을 늘리면 주변에 사람들로 치여버릴 쾌활한 사교성을 지니고 있지만
혼자서 하는 작업과 혼자서 즐기면서 노는데 익숙해 있어 사람을 그리워 하지않는 편이다
재미난것을 좋아하는 낙천적 성격에 잘웃는 표정을 하고 있어서인가..
아이들이 나를 좋아한다
난 그들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지만 남녀노소 누구나에게나 또 좋아하는 강아지들에게 하는
표정을 그대로 보낼뿐이다
운동을 하고 있으면 곧잘 주변에 아이들이 몰려와 방해를 한다
내 두뇌에서 언어영역 부위가 가장 열등하여 대화는 아이들 수준에 잘 어울린다
혀짧은 소리에 분명치 못하고 높낮이 없는 어눌한 발음과 어휘력 부족으로 버벅대거나 하면
택시기사 왈 재일교포? 외국 살다 오셨냐? 질문을 왕왕 받곤한다
보기완 달리 덤벙대기 일쑤라 늘 실수와 말썽이 뒤따른다
이러한 내 외적 서투럼이 순진 순수포장에 한몫을 하는것 같기도 하다
엊그제 동네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참말로 순수한 아이들이다
이곳은 산골마을 인지라 자연과 친화된 아이들이 더욱 맑아보인다
간혹 손에 들꽃을 꺽어오기도 하고 어저께는 도시락을 하나씩 들고왔다
자기들이 만든 요리라고 쪼코파이를 넣은 계란후라이다
어머 퓨젼 요리구나 맛있겠다 먹자 먹자.....
(속으로 : 아니 이걸 어떻게 먹냐 나 괴롭히지 말아줘 끙~~~)
저번에 너희들이 가져온 개망초 이렇게 물에 담아 두었더니 아직 시들지 않았지?
(속으로:얘들아 개망초는 여기도 천지다... 난 장미를 좋아해...아니아니 더 예쁜꽃을 좋아해..)
아줌마랑 같이 자전거 타고 놀러 나가고 싶어요 라고하면...그래 그래 다음에 우리 가자
(속으로 :아니 내가 니들 친구니? 왜 자꾸 나랑 놀자고 하냐..)
이렇게 순진한 아이들과 다른 생각속에 있는 나
난 아이들 처럼 순수하지도 순진하지도 지순하지도 않다 ...
난 가면 마스크를 쓰고 있을 뿐이야
나이 든 여자에게서 순수를 저울질 하다니
그건 내 나이를 헛먹게 하는것이고
순수를 모욕하는 것이지....
순수란 .... 때묻지 않은 영혼을 가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