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유감
학년마다 생활기록부에 “쾌활 명랑하며 사교적임” 담임선생님의 나에 대한 평가다
옛 친구가 학창시절엔 내 곁에 너무 많은 친구들이 있어 자기가 낄자리가 없어 짝사랑만 했단다
그런데 요즘 쾌활 명랑한 사교적인 모임인 술자리에 가면 나는 왕따다
절대로 쾌활 명랑 사교적이지 않다
좀처럼 스트레스가 없는 성격인데 그런 자리에 가면 위축감과 최악의 스트레스를 받게된다
하여 사람이 많이 모여 술을 마시며 즐기는 자리는 피하고 싶다...술로 흥겨워진 사람들이 무섭다
젊은날 ...놀고 즐기는 곳에 가면 젤 먼저 뛰어나가 혼자 다 즐기듯 춤을 추거나 주책없이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띄운다 만약 술이라도 한모금 마셨다하면 그때부터 구석에 얌전히 박혀 잠을 자거나
호흡 곤란증 환자가 되어 죽을것 같은 고통을 호소한다
기침약 매실차 까스활명수만 마셔도 심장이 꿍꽝거리며 취한다... 알콜은 나에게 쥐약이다
몸만 아니고 마음으로 술을 거부하고 있는것이 나에게 더 큰 문제다
즐거운 모임에 가면 어김없이 술이 나온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건배를 외치며 술을 권한다
분위기를 위해 마시는 척도 한다 술로 인해 긴장이 풀린 들뜬 분위기로 함께 하는 대화가 즐겁다
조금씩 술병의 수가 늘면 시간도 끝도 없이 늘어져 무책임한 말과 행동들이 술의 양만큼 늘어난다
딱 한잔 ...딱 한병 더~!~ 를 외치는 풀린눈을 보면 나의 불안감도 슬슬 따라 늘어나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길 원하면 무서운 눈총을 한몸에 받고 심해지면 폭언을 듣게 된다
두려움으로 얌전히 그들이 폭군이 되지않길 위해 비굴한 웃음으로 비위를 맞추어준다
사람마다 술자리의 행동양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술이 이성을 지배하지 못하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 어떤 돌발 상황이라도 생기면 제어되지 않는 술의 야성이 두렵다못해 나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가까운이들끼리 폭언과 폭력이 생기는 장면이 연출되면 그것을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공포에 질려 간혹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발작을 일으켜 주변사람들을 더 놀라게 한다
하여 술병을 보거나 술자리에 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해진다
만취한 사람의 눈치보기와 그런 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더불어 불안감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한해 술(소주) 소비량이 20억병이라고 한다
이렇게 넘쳐나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나는 분명 사회의 아웃사이더이다
이제는 가족모임에도 빠지지않는 기호음료로 밥상위에 등장한다
다행이 친정가족들은 아버지를 닮아 나처럼 술 체질이 아니라 가족모임엔 술이 없기에
언제나 정겹고 상큼하게 이어진다 남자형제들이 술을 잘 마시지 않으므로 사회생활에 작은 장애가 될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술을 마시지 않는것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술에 만취되어 쓰러지거나 정신줄이 나간 사람들의 지저분한 뒷치닥거리 마무리를 다하는 이들을
보면 늘 존경의 눈빛을 보내곤 한다 아니 연모의 눈빛마저 생겨난다
아무리 멋진 남자라도 취중에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나면 X표의 도장을 퍽!!!~하고 찍어버린다
나를 보호해줄수 없는... 언젠가는 나에게 피해를 줄수있는 믿음불량의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린다
나는 술먹은 사람에게 폭력을 당한적이 있다
그 충격과 정신적 상처가 한때는 깊었지만 지금은 잊고 있는 일이다 잠재된 상처라 쉬 치유되지 않았기에 아직도 나는 술만 보면 우울하고 슬프진다 폭넓은 사람들과의 교제를 위해서라면 내 술자리 불안증은 제거되어야 할 정신질환이기도 하다
심약한 사람들이 더 많이 술중독에 빠진다고 하니 제발 힘센사람들은 심약한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지 말았으면 한다 술 중독이 되어 자신만 아니고 가까운이들까지 불행으로 모는 이들을 많이 보아왔다
술을 마시면 스트레스나 피로 회복, 유쾌한기분,자신감 회복 뭐 ... 이런 유익한 점들이 있어
애주가들이 열광하는데 이것도 절제와 조절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사항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 술문화가 조금만 더 주변사람들을 배려하고 적당히 기분좋은 만큼 우아하게 술을 즐기는 사회로 성숙되었으면 한다 ...어렵겠지만 (항상 술이 사람을 잡아먹어니까)
위 사진은 중국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양호하다
우리의 대학신입생들 음주문화는 해마다 죽음을 부른다 모두 우리나라 어른들의 잘못이다
위의 사진을 보며 술 캠페인 표어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본다
---남에게 술 권하지 말자
내 아들딸 술 중독자 되어 뇌기능상실과 간질환 앓게 된다 ---
별로 느낌이 강하지않아 애주가들에게는 소귀에 경읽기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