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조 2009. 3. 17. 22:42

 

 

간혹 안부를 물어오는 다감한 아들의 목소리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가 책을 읽다 잠이 들면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책과 안경을 조심스럽게 빼내고

이불을 살포시 덮어주고 문을 살짜기 닫고 나가는 어린 내아들이 떠오른다

이제 훌쩍 자라버린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지난날 좀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십대 중반에 아들을 낳았는데 주변사람들은 애가 애를 키운다고 했다

지금의 젊은 사람들처럼 현명한 엄마가 될수있는 정보도 부족하고 주변의 여건도 열악하여

아이를 키우는데 늘 힘들기만 하였다

아이의 마음을 알기전에 먼저 제어와 통제를 하여 기를 죽이고

아이의 미숙하고 부족한 능력에 먼저 실망하고 포기하는 자격미달의 엄마였다

그러다 어느날인가 ....

"엄마 저 군대에 가요" ...왜 왜 니가 군엘가니 ? ..." 미리 갔다 올려고 제가 지원했어요"

"엄마 저 영국가요" ...아니 갑자기 거긴 왜 가니? ..."내 장래를 위해서요 경쟁사회에서 이기려면

남들과 달라야 해요" ....그렇게 언제부터인가 아들은 나를 앞서 저만치 먼저 자라고 있었다

 

지방대에서 적성과 상관없는 수학과를 졸업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한 일년간 무슨 영재학원에서 고액의 강사를 하며 돈을 모아서는 부족한 공부를 위해

다시 영국으로 가겠다는 계획을 보류하고... 취업준비를 한다고 한동안 서울에서

놈팽이(좀 심한 표현인가? 하여간 내눈에는...)백수건달의 시간을 보내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아들의 미약한 조건으로 원하는 취업은 힘든 일 같았고

시대를 잘못 타고난 팔자이니 젊은시절 실컷 놀고 늙어서 고생 좀 하라는 느긋한 마음으로

아들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엄마 제가 원하는 해외영업으로 취직되었어요 대기업은 아니지만 제가 열심히 일할수 있는

곳이지요” 라는 반가운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들의 무모하고 엉뚱한 발상이 취업운을 가져다 준 듯 하다 

회사의 입사조건이... 해외영업직은 해외에서 4년이상 거주한 경력 사원이어야 하는데

아들은 불충분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자격미달인 이력서를 무조건 디밀어

자신을 과대포장(?)하였는지 좋은 이미지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 하였다

 

해외영업사원 최종심사에서도 다섯명중 혼자 독보적인 미달아 였는데

회사 오너와의 면담중 아들이 열거한 열개의 자기 인생모토중 ....

“사람에게는 사람냄새가 나야한다”

“큰고기가 작은 고기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고 빠른고기가 살아남는다”

라는 말에 관심을 가지며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부분이 오너와의 경영철학과 일치점을

보았는지 자격미달인 엉뚱한 아들만 혼자 살아 남았다고 한다

 

꾸준히 매출이 오르는 성장 기업이고 해외영업부서는 그 회사의 꽃이라며 다들 부러워하는데

자신이 그 일원이 된것을 자랑하며 ....본사에서의 주말 근무와 주중엔 공장으로가서

삼개월간의 교육을 받느라 지금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아들의 목소리가 참 듣기 좋다

 

이제 내 품을 떠나 사회의 일원이 되어

저 만치 달려가고 있는 나의 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