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잔소리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다 스트레스를 주는 귀찮은 말이다
그래도 때에 따라 잔소리는 꼭 필요 할게다
하는 사람은 상대의 불안정한 상황을 바로 잡기위하여 구구절절 설명하고 경고하고
주의를 주어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심리적 안정을 취할 것이고
듣는 사람은 상대가 원하는 상태에 어긋남이 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을 배려하는 긴장을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잔소리가 너무 싫다... 하는 것도 싫지만 듣는 것은 더 더욱 싫다
그런데도 난 거의 매일이다 시피 잔소리 속에 살고 있다
여자가 무슨 잔소리를 그렇게 하냐고? 아니다 ...나는 미숙하고 불안전하고
실수와 부족함이 많은 인간이라 맨 날 잔소리를 듣는다
세상에 모두 완벽한 인간들만 구성되어 있다면 난 아마 잔소리 스트레스로 인하여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에 나처럼 미완의 인물들이 있어주어 위안을 삼고 즐겁게 살고 있다
해서 주변의 왠만한 실수나 부족함도 못 본척하거나 잘 받아준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를 해야 할 만큼 긴장하는 일이 별로 없다
아이들이 어릴때 방을 아무리 엉망진창 어질러 두어도
“니 방은 폭탄맞은 거지방 같아”...
철이 아닌 옷이나 못마땅한 이상한 옷을 입고 나가도 잔소리 대신
“길에서 우리 만나면 서로 모른척하자”...
뭐 이런 식의 가벼운 농담만으로도 충분히 아이들은 정갈한 환경과 멋진 의상을 몸에 걸치며
나보다 더 완벽하게 성장해 주었다
어릴때는 근심걱정과 결벽증이 심한 친정엄마의 잔소리에 치여 빨리 독립을 하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주변의 잔소리에 놀라고 있으니 죽어야 나는 철이 들려나 보다
전에는 잔소리가 싫어 말하는 인간들이 없는곳으로 숨어버리고도 싶었는데
이제는 면역이 생겨나 그 잔소리가 다 나를 위한 관심과 애정의 다른 표현임을 포용하게 되었다
모든 일에 한치의 실수나 실언을 해서는 아니되는 완벽을 요구하는 일을 가진 남편은
일상의 긴장감 때문인지 강박증에 가까운 세심함과 염려증으로 안전불감증을 못견뎌한다
그런데 난 능력도 부족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일을 빨리 잘하려는 욕심으로 항상 허둥지둥 바쁘고
얼렁뚱땅 실수투성이니 당연히 나는 남편의 끊임없는 잔소리 보호를 받고 살아야 한다
요즘 발이 아파 밭일을 소흘히 한 남편의 영역인 윗 밭엘 가보니
가지 오이 고추 양배추 토마토 파들이 모두 풀숲속에 잠겨있다
남편이 퇴근 하기전에 빨리 풀을 제거하려니 도저히 호미나 낮으로는 능률이 오를것 같지 않아
잔디 가장자리 깍는 바리깡을 가져다 온 집안의 전선을 모아 길게 연결하여 풀을 깍고 있었다
마침 퇴근한 남편은 나의 이름을 정겹게 부르며 다가와
허리만큼 자란풀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나의 모양새를 신기해 하며
어찌 그런 아이디어가? ...라며 환한 얼굴을 한다...그런데 꼭 그때...때 맞추어 보란듯이 일이 터진다
"퍽”~하고 연기가 나며 바리깡이 멈추어버렸다
나의 부주의로 풀속에 묻혀있던 전기 선이 잘린 것이다
남편의 얼굴은 순식간에 헐크로 변하며 벼락같은 소리로
“바로 내가 염려한 일이 또 일어났잖아~~~주의력이 그렇게 없어?
습도가 높은 저녁에 전기기계를 만지다니 ...안정불감증이야~~~
내 영역에 당신이 왜 일을 하는거야....누가 하라 했어? ~절대 하지마!!! ~~~
*$#%#@$%^&*%#$@~~~~”
끊임없는 질타와 설교와 재교육 정신무장을 머릿속 가득 채워준다
면역이 잘되어 이제는 뒷골도 땡기지 않고 울지도 않는다
온통 잔소리로 포화상태가 되면 잔소리가 전염되어 나도 같이 이렇게 잔소리 변명을 한다
속으로만....
(뭐 별일 아닌일로 야단이야 ...줄은 저번에 끊어먹은 잔디깍기의 선처럼 다시 연결하면 되고
이미 일어난 실수를 지금 말하면 뭘해? 자근자근 작은 소릴해도 다 들리고 이미 다 알고있는 말을
꼭 그렇게 배와 목에다 힘주어 사납게 하고 또 해야혀?
물론 조심조심 고이고이 모시어 천년만년 제 모습 잃지 않는 것도 좋지만
부서지고 다치고 험 나고 하면서 지 수명(내 한몸도 포함)을 다하는 것이 더 값진것이지 ...
좀 기스나면 어때?...내가 잘 먹는 사과도 험 있는 것이 맛이 더 좋다니깐!~~)
식탁에 마주 앉아 저녁을 맛있게 먹으며 내가 먼저 허벌쭉 웃음을 보이니
그제야 남편은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의 모습을 벗어나 배너박사의 매너있는 온화한 모습으로
변한다 ...흠~항상 내 웃음이 묘약이다
“당신의 안전을 걱정하기 때문에 화가 난거야” 라며 평소의 장난끼 어린 다감한 눈빛으로
나의 별명을 불러준다 ....“당신은 칠칠이 돈키호테야~ ”
나도 입 꾹 다물고 남편의 별명을 불러준다...(“당신은 모래알 잔소리꾼이야~”)
나의 반성 : 실수에 대한 반성과 자아비판은 커녕...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사소한일에
상대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며 잔소리와 질책을 한다 생각하는 그것이 문제다
친절한 설명: 끊어진 바리깡 기계의 선을 혼자서 노련한 솜씨로 수리함
주의 사항: 다음부터는 이렇게 옷에다 선을 매달면 끊길 위험이 없음
아래의 사진은 다음날 또 잔소리를 듣게된 현장 사진임
나에게는 잘 보이지도 않는 이 작은 부분은 언제 흠이 생겼는지
알수없는데 ...남편은 이런 작은것에도 신경을 곤두세움
나의 이 감쪽같은 재주에 남편이 놀라워 하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