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조심하셔요
산골와서 처음으로 ...이번에 참으로 심하게 아파보았다
감기가 뭐 얼마나 심하게 아프겠냐만 너무 오랫만에 아프다보니 몸이 엄살을 많이 부린 것이다
처음 온몸이 쑤셔 올 때는 지병이(류마치스성 근육통) 악화되는 것은 아닌가 은근히 걱정을 하였는데
턱이 덜덜 떨릴만큼 춥고 열나고 코에서 피가 비치는 것이 이내 감기임을 알아차렸다
약먹기 싫어서 혼자 참으며 끙끙 앓고 있는 나를 보며 항상 병을 만들어 고생한다고 옆에서 걱정을 한다
아픈 열흘이 넘도록 먹은 약은 근육통으로 몸을 일으킬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울 때 먹은 타이레놀 3알이 전부였다 ...고통을 온건히 몸으로 느끼는 나를 남편은 현대의학을 불신하는 우매하고 미련한 사람이라고 야단을 친다
어제까지도 코에서 단내가 났는데 오늘 아침부터 기침에서 누른 가래가 시작되었다
누른코나 누른가래일 때는 꼭 항생제를 챙겨먹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진 남편에게는 말없이
아닌척 나 혼자서 감수를 한다 ...약을 먹지 않는다는 걱정잔소리가 싫어서이다
이 나이게 감기로 죽을 것은 아니니 말이다
간혹 나는 내 몸의 자연치유를 믿으며 너무 내식대로 참아서 학대를 해온것은 아닌가 염려도 한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나의 오만(미련)으로 많은 수난을 겪어왔다
딸아이를 임신하여 분만일을 한달정도 앞두고 정기검진을 갔는데 병원에서 염려했던 임신중독이
와 있으니 산모와 아기를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분만을 서둘러야 한다며 바로 그날 입원하고
다음날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저녁 무렵 간호사가 잠을 푹 자게 하기위해서 신경안정제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몰래 그 약을 누워서 쓰레기 통으로 휙 던져버리곤 "내가 그깟 수술을 무서워하는 심약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의기양양하게 잠을 청하였지만 갑자기 바뀐 낯선공간에서 쉬 잠이 들지않고
밤를 꼬박 뜬눈으로 끙끙거리며 혼자 지새우고 말았다
아침 일찍 수술을 하였는데 마취가 깰 시간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아 모두들 혼비백산이 되어버렸다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것이 아니라 잠에서 깨어나지를 않았던 것이다
절대로 깨어나고 싶지않는데 사람들은 나의 뺨을 때리고 흔들며 괴롭히던 그 순간을
지금도 생각하면 지옥같이 끔찍하기만 하다
그 수술후 8개월경... 수술자국 붉은살이 채 아물기도 전에 체한듯한 미식거림과 복통을 우직하게
며칠을 참고 지내다 다리를 질질 끌 지경이 되어서야 병원으로 실려가 응급으로 맹장수술을 하게되었다 개복을 하니 이미 복막염이 되어있어 내 배는 여기저기 칼질로 난도질을 당하고 말았다
나같은 환자는 의료진을 혼쭐낸다고 볼맨소리들을 한다
한번은 열흘을 넘게 심한 열로 고생을 하다 독감인줄로만 알고 죽을만치 아플때만 해열제를 먹고
버티다 병원을 가니 급성 신우신염으로 휠체어에 실려 바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주변사람들은 나의 참는 미련함에 모두들 고개를 흔든다 ...남들은 작은 아픔에도 엄살을 부리며
약을 먹고 병원을 찾는데 무슨 배짱을 가졌는지 병에 대한 겁이 없단다
병의 예방은 엄살이 최고인데 말이다
항상 참다 참다 ...호미로 막을일을 괭이로 막는다고 걱정들을 한다
이런 억척 참을성은 어른이 되어서 생긴것은 아닌것 같다
여학교 때도 체력장을 위해 넓디 넓은 운동장을 무작정 돌게하면 모두들 중간에 하나 둘
픽 픽 쓰러지는데...여리디 여린 몸에 무슨 깡이 그리도 센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참고
목에서 피 냄새가 날 때 까지 혼자서 돌고 있는 것이다 항상 체육 다음시간에는 쌍코피를 뚝뚝
떨어 뜨리면서도 늘 최선을 다하는 깡을 부린곤 하였다
어른이 되어서 운동을 할때도 모두들 나의 체력에 놀라워 한다
어떤이는 어린시절에 무엇을 먹었냐고 물어와 몸이 약하여 원기소(아기영양제)와 인삼을 좋아했다
했더니 그날로 당장 인삼을 사다 매일 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의 지구력은 체력보다는 정신력과 참을성이란 것을 나만 안다
참을성은 자신을 억제하고 누르는 것인데 많이 누르다 보면 진취적이고 성취감과 같은 좋은 결과가
생기기도 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복병인것은 꾹꾹 누를수록 더 크게 폭발할때도 있는 것이다
이제 살만하니 블로그에 이바구도 올리게 된다
이렇게 한번씩 아픈것은 나쁜것만도 아니다
아파도 내 할 일은 해야하는 성격이라 절대로 가만히 누워 있지를 않는데
그래도 그동안 하루걸러 한번은 낮에도 침대에 누워 책을 읽는 호사를 부려 여러권의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읽다보니 모두 정신분석에 관한 책들이라 나의 참을성에 대한 분석도
종합적으로 해 보았다
어린시절부터 아버지나 선생님 선배와 같은 지배계급과 유대가 깊거나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초자아가 강하다고 한다 ...아마 오디프스 콤플렉스 영향을 강하게 받는 남자들에게 많은 성향일 것이다
이 초자아는 자신의 욕구를 잘 누르고 참을성이 많고 독립적이며 책임감이 강하여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배려는 잘하지만 정작 ...자신의 욕구를 너무 많이 누르다 보니 노이로제와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되고 죄책감이 강하여 자신의 정신건강에는 좋지않다는 것이다
내가 무한한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것은 초자아가 나를 더 많이 지배하기 때문인듯도 하다
주제가 옆으로 새고있어 수다가 길어지고있다............막아야지(참아야지) .......모두 모두
감기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