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호순아 ...
어젯밤... 바람은 불어도 다행이 찬서리가 내리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
오늘 아침... 너를 위해 니어미와 너의 체취가 묻은 박스와 털깔개를 가져다 놓았으니
부디 먼곳으로 가지말고 그 곳에 찾아와 밤추위을 막기 바란다
미안하다 ...어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너가 없으니 ... 너의 어미도 동생도 모두들 기가 없는지 뛰어놀지를 않는구나
간혹 사람들은 말이다...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함부로 할때가 많단다
자기보다 힘없는 것에는 자신의 잣대로 온갖 힘을 다 가하는구나
생각없이 행동한 나를 용서해라
좋은 사람과 환경이 너를 반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사실 널 보내고 싶지않았다
너를 데려오라는 전화를 받았을때 ...이상하게... 마음이 너무 아파... 망설이며
다른 방법을 강구하려 상대를 설득도 했는데...그쪽에서 꼭 너를 원하기에
주변의 상황에 끌려가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어제 아침까지도 ...밭에서 일하는 내게 매달려 목도리의 방울을 가지고 놀던 너를
하루아침에 볼수가 없게 되었구나...
어제 우리집 아기냥이 한마리를 입양하겠다는... 좋은 조건을 가진분에게 연락을 받고
차에 태워 그 쪽으로 데려가... 건네는 과정에서... 낯선곳과 낯선사람들에게 놀라
아기 냥이가 산으로 숨어버리고 나타나지 않는다
냥이들은 주인은 버려도 집은 버리지 않는다 할 만큼 주변환경의 변화를 두려워 하는 동물이다
바삐 데려가는 과정에서 냥이를 안심시키지 못했고... 나 역시 갑작스런 재촉에 이끌려
정신없이 부주의한 행동을 한것 같다
그 붙임성 좋은 귀여운 놈을 데려가지 말아야 했다는 후회감은 이미 늦었다
전화가 왔을때 ...늠을 원한다고 했을때... 마음이 너무 아파왔다 ...
그때 더 신중히 내 마음이 원하는대로 했어야 했는데
다른 방법으로 더 강하게 설득을 했어야 했는데 ...계속 마음이 편치않다
하루내내 ...늠을 찾기위한 마음과 시간이 나를 힘들게 한다
살아있는 것들과의 관계에서 ...이런 결과로 이어질때가 정말 부담스럽다
상대가 힘이 센 경우는 온갖 간섭과 참견으로 자기 뜻과 무관하게 압력을 가해오고
힘이 약한것에는 상대의 입장보다는 내 마음대로 힘을 가한다
그것이 사랑과 관심과 보호라는 이름하에서도 말이다
진심으로 상대를 자유롭게 한다면 상대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행동하여야 하는데 ...
아기냥이를 생각하면 지금은 비록 안전한 보호처를 잃어 두려움에 떨고 있겠지만
어쩌면 지금의 내 염려와는 달리....또 다른 친구와 둥지를 찾아 자연속에서 모험을 즐기며
들냥이로 자유롭게 살아갈것이다
이런 마음의 위안을 스스로 하지만 ...계속 늠의 모습이 눈에 씹힌다